책/솔빛책

아무튼 , 아침 드라마

솔빛시인 2022. 3. 15. 14:41



아침 드라마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아침 드라마가 없어진지 몰랐다..^^;; 십여년 전 일할 때 출근 시간이 늦으면 간혹 보던 기억 정도다. 아, 대학다닐 때도 좀 봤나. 하지만 일주일을 안 봐도 사실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무리 없어서 열심히 봤던 기억도 없다.

저자는 아침 드라마를 좋아한다. 백수 시절 빼고 봤던 드라마를 줄줄 꿸 정도다. 직장을 다니기 시작한 저자와 어머니, 대학에 입학한 동생까지 세 모녀는 아침 일일 드라마에 빠졌다. 전반부는 아침 드라마를 내용에 대한 이야기 세 명이 나눈 감상이 주를 이루고 후반부에는 아침 드라마에서 파생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표지에도 나오지만 직장에 가기 전 예방주사처럼 맞았던 아침 드라마. 그 맘이 이해 되더라. 그리고 보면 나도 그나마 보던 시기가 일을 할 때 였다. 예능도 많이 봤다. 방송 일을 하면서도 예능을 보고 아무생각없이 웃고 떠들어야 일로 힘든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었다. 작가도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정도 가볍게 생각하며 피식 웃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저자가 하는 말에 몰입했다.

챕터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극하는데 그 중에 막장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나도 아무 생각없이 얘기했는데,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 말이 실례되는 말이라는 것. 나도 예전에 아무생각없이 썼던 말들을 지금도 고쳐나가는 중인데 저자에게 또 배웠다. 그리고 아침 드라마에서 의외로 다양한 가정이야기가 나오며 최근엔 성소수자 이야기도 잘 다루었다고 꼭 집어 얘기한 점도 좋았다. 뭐든 한쪽면만 보면 안 될 일이다.

가장 인상적인 챕터는 <좋은 드라마와 좋아하는 드라마>였다. 처음에 미학에 대해 얘기하며 아름다움은 대상이 갖고 있는 건가 우리가 보고 느끼는 건가로 시작해, 내가 좋아하는 걸로 사람들이 나를 판단하지 않을 거다 라는 결론까지 이야기 흐름에 감탄했다. 내가 변주한다면, 좋은 책과 좋아하는 책이 될까? (언젠가 써보고 싶다. ㅎㅎ)

그냥 책장이 넘어가는 수많은 에세이 중에서 이런 에세이는 귀하다. 작가님을 알게 돼서 좋고 다른 주제에 대해 얼른 또 써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아침 드라마가 다시 편성되길 바라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