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오케스트라

지역 평생학습원이 작년인가 새건물로 이사했다. 거기 도서관이 있는데 가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몇 주 전 처음 갔다. 신간도 좀 있긴 한데. 책이 너무 적어 내 맘에 차진 않았다.
다만 조용하고 자리도 많고 더 가까우면 자주 올 곳. 아이 책을 보다 몇 권 빌렸다.
이 책은 아이와 올해 초 처음 오케스트라 공연 본게 생각나서 골랐다. 일본인 지휘자가 글을 쓴 그림책으로. 베토벤 합창곡 9번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 아빠는 지휘자. 8살이 되어 처음 간 연주회. 책을 읽으며 우리가 본 연주회도 얘기하고 환희의 송가도 같이 들었다.
내가 처음 오케스트라 연주를 본 건 스물 세 살 kbs 교향악단 연주회. 초대권이 생겨 간 날이었다. 2층에서 봐도 처음 음을 맞출 때 부터 전율이 흘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중학교 인가 고등학교 때 방학 숙제로 클래식을 듣고 감상문 쓰는게 있었다. 집에 카세트 하나가 전부였고 클래식 음반이 있을리 없었다. 다행이 앞집 아주머니 집에 큰 전축과 카세트 테잎으로 클래식 전집이 있었다. 며칠 그 집에 가서 몇 시간씩 음악을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행복해서 눈물이 날 정도였는데 종종 와서 들어도 된다고 했지만 그 후 한 번도 가지 않았다. 나의 수집벽은 그런 기억들 때문에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오늘 지역 시민회관에서 몇 달 뒤 있을 발레 공연을 예매하고 아이도 가겠다고 했다. 아이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기르려면 최대한 다양한 것을 보여주고 느끼게 하고 싶다. 돈을 많이 쓰고 심심할 틈 없이 뭔가 배우는 것만 아니라 느끼고 생각하는 시간을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 줘야지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