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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이후의 세계

솔빛시인 2022. 8. 16. 20:28

공정 이후의 세계

#도서협찬 #공정이후의세계
저자 #김정희원
출판사 #창비

장면 1. 내가 살고 있는 동네 5분 거리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2개 더 생겨, 지금 총 세개다. (불안정한 직업)

장면 2. 이 동네에서는 중학교는 안 보낼거야. 다들 공부를 안 한다며 공부 잘하고 시험 잘 보기 위해 이사간 사람 (능력주의)

장면 3. 내가 일할 때 옷차림을 지적하고 담배도 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선배. (갑질 관련)

이 책을 읽는 동안 생각 났던 경험이다. 이것 말고도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대부분 괴로웠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과거부터 현재, 미래까지 우리가 겪고 다음 세대가 겪어야 할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서론이 길었다. <공정 이후의 세계>는 애리조나주립대 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인 김정희원 저자가 공정 이후의 미래가 있는가, 미국과 우리나라 현실을 들어 고민한 결과를 담은 책이다. 그는 공정을 그만 이야기 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 나라에 공정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 대답에 따라 보수와 진보가 나뉜다는 생각도 든다. 무인 가게 무인 계산대 등 단순 업무는 기계화되고 취업도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특히 2,30대는 일자리에 예민하다. 공정한 방식을 통해 일자리를 배분하기 원한다. 그렇다면, 공정한 선발, 공정한 시험은 가능할까?

저자는 예시와 통계를 들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 중 뉴욕 필하모닉 단원 선발 이야기도 나온다. 공정하게 한다고 했지만 그곳도 몇십년 동안 여성, 백인이 아닌 인종은 거의 없었다고. 그래서 블라인드로 소리만 들어서 남녀 성비는 거의 맞췄다고 한다.그렇다면 공정 이후, 어떤 세계를 우리는 만들어나가야 할까?

공정에 대한 담론을 이 책으로 시작하길 추천한다. 번역서에 비해 우리나라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그래서 더 몰입하기 쉬우며 용어를 상세히 설명하기 때문에 청소년부터 이해하기 쉽다. 이전에 여러 책을 통해 접한 이야기라 나는 모르는 얘기는 거의 없었으나 용어를 잘 아는 건 아니라서 공정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책에 나온 대로 우린 기업 논리가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이젠 ‘급진적 자기 돌봄’이 필요하다.
간략히 말하면 연대를 전제로 한, 자기돌봄이자 타자 돌봄이다.

책 말미에 ‘시대와 불화하는 삶’을 명제로 삼고 있다는 문장에 놀랐고 공감했다. 최근 나도 여러 일을 겪으며 시대와 불화하며 사는 게 맞다고 결론내렸기 때문이다.

이 책에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기후위기만 봐도 인간은 지구를 빌려 쓰는게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무한경쟁은 불가능하다. 코로나19를 봐도 각자도생은 불가능하다. 서로를 위해 마스크를 쓸 때 나도 너도 살 수 있다. 긴축재정과 자유만 부르짖고 기득권만 이익을 가로채는 이 시대에 다들 읽어보고 서로의 손을 붙잡고 함께 시대를 맞서길. 서론에도 나오는 대로 ‘더 나은 미래는 이 모든 사람들이 지금도 살아있는 세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