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이가 본 2012 한국 영화
2012년 100편이 넘는 영화를 보았다.
한 해 동안 본 영화들을 정리하는 베스트 10으로만 정리하기엔 아쉬움이 남아,
이번엔 내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해 보았다. 먼저 한국영화 부터.
1. 올해의 캐릭터
내 아내의 모든 것 - 성기 (류승룡)
프랑스에서 나올 법한 영화를 완성시킨 캐릭터.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잃지 않는 그에게 모두 푹 빠졌다.
다른 배우들도 연기를 잘했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말했다 '류승룡의 모든 것' 이라고.
밍크코트 - 현순 (황정민)
현순이 없는 이 영화는 상상할 수 없다. 영화의 시작이자 끝.
다른 배우들의 앙상블도 대단했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영화의 숨결을 불어넣는 연기.
올해의 여우주연상.
2. 최고의 앙상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연출, 각본 등도 분명 인상적이었지만, 어느 한 사람 튀지 않고 조화되는 연기는 대단했다.
조진웅, 마동석, 곽도원, 김성균...
우리의 아버지 시대, 그들의 아픔, 인생을 보여준 최민식.
혼자 먹는 탕수육도 멋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하정우.
올해의 활약도 기대된다.
3. 최다 관람
건축학개론
시사회, 영화관 2번, 블루레이 1번 총 4번 감상.
김동률 홈피에서 만났고, 정릉에서 학교를 다닌 나와 신촌에서 학교를 다닌 오빠.
우리 둘에게 이 영화는 뗼레야 뗄 수 없는 영화다.
누구나 첫사랑이 있어 조금은 더 성숙할 수 있었던 게 아닌지.
봄에는 제주도 서연의 집, 그곳에 가고 싶다.
4. 올해의 등대
다른나라에서
빨리 영화 만들기 신공을 보여주는 홍상수 감독님의 작품.
이번에도 신비한 다른 차원의 세계를 보여준다.
우리는 매일 무언가 잃어버리고 찾고, 보이지 않는 등대를 향해 가는 건 아닌지...
5. 올해의 중*단편영화
잠 못드는 밤
꼭 내 맘 같은 영화. 영화를 보고 감독님이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봤을 때, 꼭 이 영화 같다고 말했다.
이게 바로 이 땅에 살고 있는 신혼 부부의 모습이 아닐까.
자전거를 찾고 두 사람이 이야기 하는 장면은 정말 아름다웠다.
요세미티와 나
이 영화를 통해 김지현 감독님을 알고 다른 작품을 찾아봤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요세미티가 꼭 내 컴퓨터 같아, 마지막엔 눈물이 날만큼 짠했다.
무엇보다 재밌고, 따뜻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작품.
6. 올해의 민낯
나나나 : 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누구나 내 마음을 알아주기 바라면서도 선뜻 먼저 속마음을 꺼내기는 쉽지 않다.
하물며 여배우라면 더 힘들지 않을까.
어떻게 이야기가 이어질까 우려하던 건 잠시, 나도 그들 앞에 민낯이 될 수 있었다.
카메라 앞에서 솔직해진 세 여배우의 모습을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었던 영화.
7. 나만의 취향
나는 공무원이다
음악, 공연, 홍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모여 하나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만큼이어서 좋았던 영화.
경복
나를 독립영화로 이끌었던 '다섯은 너무 많아'의 주인공의 감독 데뷔작.
NG컷도, 우왕좌왕하는 거 같은 영화의 흐름도 이 작품의 독특한 분위기로 수렴된다.
내 스무살을 떠올리며 조금은 슬프고 기뻤던 영화
8. 응답하라, 그때 그 사건
두 개의 문
처음엔 부끄러웠고, 나중엔 새로운 스타일의 다큐멘터리에 놀라웠고, 마지막엔 소리없이 울었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결국 막다른 길에 몰아넣고 무고한 희생자만 낳은 용산참사.
두개의 문 중 나올 수 있는 문은 없었다.
남영동 1985
우는 것도 죄송해서 꾹 참았다가 마지막에 터진 눈물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왜 다큐가 아닌 영화인가, 왜 고문실에서만 찍었는가 라는 의문은 영화를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고, 감독님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에 놀랐고 감동 받았다.
생각하면 아프고 되돌릴 수 없지만, 되새기고 생각하고 제대로 알아야
올바른 길로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9. 인상적인 단편
애드벌룬
주인공의 연기와 결말에 주목
리코더 시험
주인공역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창
오빠도 그랬을까. 되풀이되는 폭력의 악순환.
지난 여름 갑자기
백야, 남쪽으로 간다 와 이 단편 중에서 이 작품이 가장 마음에 닿았다.
김영재의 연기가 인상적이었고, 마지막 장면에 마음이 아팠다.
10. 올해의 영화
말하는 건축가
2012년 하나의 영화만 꼽으라면 난 이 영화다.
첫 장면 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와 닿지 않는 장면이 하나도 없었고,
볼 때마다 눈물이 났으며, 마음이 정화되었다.
힘이 들 때마다 보고 위로 받고 싶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