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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솔빛시인 2022. 1. 31. 20:59

며칠 전 부터 읽던 책을 오늘 다 읽었다. 남편이 이 책을 읽는 걸 보더니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이거 추천을 언제 했는데!”
그래, 맞다. 남편이 이 책을 10년 전에 추천했다. 남편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데 10년 전에 외국 문학상을 수상작을 몇 권 읽더니 이 책을 추천했다. 인상적이라고 좋아할 거 같다고 했다. 읽으려고 했다. 근데 살다보니 항상 읽을 책은 있으니까. 이렇게 세월이 지날 줄 몰랐다. 웃긴 건 작가의 다른 소설은 읽었다. #내이름은루시바턴 #무엇이든가능하다 읽으면서 좋다고 그 책도 읽을거라고 남편에게 얘기도 했었다. 근데 그게 10년이 지나서야 그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오늘은 남편 생일이고, 난 오늘 처음으로 흰머리를 (물론 내가 모르던 흰머리가 있을수도 있지만..) 뽑았다. 내가 발견하고 울상으로 서 있으니 남편이 뽑았다.

팬데믹으로 시댁과 친정을 안 가는 설 전날, 책도 꼭 내 마음을 식혜 밥알 찾듯 휘저어 놨다. 소설을 읽으면 이 이야기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생각하는데 옮긴이 글을 읽으니 내 예상이 맞아서 조금 기뻤다. 독자는 이런 사실에 기뻐한다. 어떻게 살면 이렇게 다 산 거 같은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이 많은 인물들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여기는 미국인데 왜 한국같지 온갖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책이 끝났다. 분명 작가는 인물이나 이야기 전부를 말하지 않는데 사방에서 난 본 거 같고 그 기분과 사람들을 알 거 같다.

이 책을 읽은 건 #다시올리브 를 읽기 위해서다. 근데 걱정이다. 작가가 또 얼마나 파헤쳐 놓을지 두렵다. 일상이 별 거 아닌 거 같아도 또 그게 아니라는 걸. 그 표현하기 힘든 걸 표현하는 게 소설가라는 걸 알게 되는 책. 어쩜 이 책을 지금 읽은 게 나에겐 잘 된 건지도 모르겠다. 흰 머리 난 날에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