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빛시인의 집

인생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본문

책/솔빛책

인생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솔빛시인 2022. 6. 29. 09:55



#도서협찬 #인생이우리를속일지라도
저자 #브래디미카코
옮김 #노수경
출판사 #사계절출판사

일본계 영국인으로 보육 교사로 일하며 영국의 사회 계급, 복지 문제를 유려한 문체와 통찰력있는 언어로 담아냈던 브래디 미카코 작가의 신작!

작년부터 따라 읽으며 신작이 나온다는 소식 만으로 반가웠고, 운 좋게 가제본으로 먼저 읽는 행운을 얻게 됐다.

처음엔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 영국 베이비부머 아저씨들의 이야기라고? 대체 왜 이 이야기를 쓴 거지 궁금했던 것도 잠시,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5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웃픈’아저씨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중년에 인연을 만나 파트너의 아이들을 정성껏 돌보며 살았으나 브렉시트 때문에 사이가 안 좋아진 레이. 그렇다. 이 책이 쓰여진 시기는 브렉시트를 국민 투표로 정한 2018년과 2019년 그때다. 작가의 남편 친구들은 베이비부머 영국 노동계급세대로 모두 브렉시트에 찬성했다. 작가는 이 세대를 들여다보기로 한다. 그들은 왜 찬성했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걸까?

우리나라에선 몇년 전부터 아저씨를 연민하는 내용이 여러 매체에서 나왔다. 그 매체들을 본 건 거의 없지만 흐름에 질려 이 책도 비슷한 얘기가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는 팝과 일본 음악 등 여러 음악을 BGM삼아 이들의 이야기를 편견없이 담아낸다. 전작에선 보육 교사의 경력과 아이를 키우며 느낀 생각, 경험이 객관적이면서 독자로 생각하게 만드는 여운이 좋았는데 이 책도 그렇다.

이민자들이 우리 일을 뺏어간다고 생각하고 치안을 염려해 방범대를 조직하는 그들의 이면에는 지역 도서관에서 봉사하고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울고 웃는 모습도 있다.

처음으로 웃음이 터진 장면은 돌아선 아내의 마음을 되돌리기위해 한자로 진심을 담아 타투하는 장면. 어떤 한자를 새겼는지 직접 확인하시라. 트럼프 전 대통령 영국 반대 시위에 앞장서 방송에도 나오는 걸 보면, 참 이분들 못말린다 못말려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중간엔 베이비부머 세대의 여성들 이야기도 나온다. 카누가 취미인 로라, 양극성 장애로 힘들지만 직접 집을 리모델링하는 재키. 작가는 이 사람은 잘못했다 잘했다 말하지 않고 독자가 판단하게 한다. 2부에 나오는 영국의 계급과 시대 배경에 대한 이야기는 이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재미있는 건 이 계급이 우리나라와도 거의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점이다. 시대는 이들에게 물러나라고 하지만 작가가 그들을 들여다본 건 하나로 뭉쳐 생각할 게 아니고 세세히 살펴봐야 영국의 역사와 앞으로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실마리가 보이기 때문일 거다. 이 점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작가 말대로 ‘그들은 칭찬할 수 없는 삶’을 살지만 이 땅에서 같이 사는 사람들이기에 저자의 애증에 공감했다. 박정희를 신봉하는 내 아버지도 2번을 찍었지만 다정한 이웃도 다 같은 사람들이고 같이 살아가야 한다.

책을 다 읽고 덮으니 ‘인생이 우리를 속일지라도’라는 제목이 와닿는다. 그들이 지지하는 정치가 우리를 속일지라도 자신의 신념을 꺾을 수 없는 것. 그들을 혐오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재밌으면서도 여운 있고 가치있는 책은 흔하지 않다. 그런 책을 꾸준히 내는 브래디 미카코 작가의 저서가 앞으로도 계속 나오길 바라며, 이 책과 비슷한 시기에 쓴 #나는옐로에화이트에약간블루 와 혐오하지 않고 세상을 사는 힌트가 될 #타인의신발을신어보다 도 추천한다.

' > 솔빛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정 이후의 세계  (0) 2022.08.16
미키7  (0) 2022.08.08
나의 첫 오케스트라  (0) 2022.06.28
가부장제 깨부수기  (0) 2022.05.21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0) 2022.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