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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

솔빛시인 2023. 7. 7. 10:39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


세 할머니 용병과 로봇 고양이가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작은 희망을 가져보는 이야기.

큰 전쟁이 있고 3년 뒤 아샤, 창, 말리가 사막에서 그들을 워커 (용병)로 데려온 정을 찾아 나선다. 그들이 고생 끝에 만난 건 치즈 라는 로봇 고양이. 한 마리가 아닌 다 치즈 모양의 고양이 무리다. 고양이들은 기억을 공유하며 한 마리나 다름없이 행동한다. 치즈는 정이 키우는 고양이였고 둘은 친했지만 현재 둘 사이를 자매들은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소설보다봄2023 에서 처음 만난 #예소연 작가의 장편 소설이다. 그때 읽고 좋아서 관심있다가 며칠 전 도서관에서 #현대문학2023 6월호에 실린 단편도 좋아 아이 책 사러 가서 구입하고 오는 내내 붙잡고 읽었다.

시작부터 눈길을 끈다. 세상이 거의 멸망한 미래. 사막을 배경으로 할머니가 된 용병들이 나온다. 책을 읽는 동안 이들이 할머니라는 걸 의식할만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그게 좋았다.

나도 나이를 먹으며 난 죽을 때 까지 정신연령은 24살쯤이 아닌가 생각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들을 보는 사람들은 할머니라고 해도 자신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을 거다. 세 사람이 여기로 온 이유와 정을 찾아가며 치즈를 만나는 얘기까지. 치즈가 서로의 기억과 경험들을 공유하고 그것이 창과 이어지는 얘기도 인상적이다. 작가는 고양이를 참 좋아하나 보다 오래 관찰했을까 궁금할만큼 고양이의 행동이나 이야기도 실감난다.

그 후에는 앞에 쌓아왔던 이야기를 배신하듯 이야기가 진행된다. 뒷부분이 더 길었으면. 정이 트라움을 갔을 때 얘기와 트라움 사람들 얘기가 좀 더 나왔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마무리가 좋았다.

항상 부서지기 쉽고 여린 강하지 않는 것에 마음이 간다.  작가도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생각한다. 용병으로 강해보여도 그들이 이 일을 선택한 이유와 마지막의 선택을 생각하면 체스판의 가장 약한 말일지라도 그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건 바로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연대였다. 그리고 그 연대는 인간과 비인간을 구분하는 것도 의미없는 존재들의 연대.

사랑으로 모든 걸 이길 수 있어요 라는 결말이 아니라서 좋았다. 연약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있고. 그 선택은 바리케이트를 치고 우리만 잘 사는 게 아닌 모두를 향해야 한다는 거라서. 결말에 창과 로봇 고양이 치즈가 아이 옷을 발견하는 건. 꼭 도로가 한쪽에 핀 잡초처럼. 작지만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 좋았다.

“지금은 납득할 수 없는 것들만이 내게 힘을 줘. 정말 이상해. “ p.107

살면서 결국 기대는 건 그런 것들이다. 이 문장이 좋아서. 계속 품고 있기로 맘 먹었다. 작아도 클 수 있는 이야기를 믿는다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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