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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

솔빛시인 2022. 11. 13. 20:13

#도서협찬 #이토록아름다운세상에서

지난 여름 도서관을 갈 때 마다 월간 현대문학을 찾았다.
7,8 월호에 실린 SF 특집 단편들은 한여름 시원한 팥빙수 같았다.
새로운 작가들과 SF의 재미를 알려준 스무편의 단편들이 단행본으로 나왔다.

현대문학과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가 같이 기획한 이 책에는 무려 스무편의 SF 단편들이 실렸고, 작품 수 만큼 다채롭고 작가들의 매력이 빛났다.
여기서 마음에 드는 작가가 한 명은 있을 걸? 하고 나를 이끄는 책이지만 한 번에 읽기는 무리다. 그래도 한 번 읽었던 단편들이라 보다 수월하게 책을 읽었다.

소재도 배경도 인물도 다양한 단편들을 다 소개할 순 없지만 꼭 다시 읽고 싶었던 단편이 있었다.
마지막 단편인 황모과 작가의 <시대 지체자와 시대 공백>이다.
꼭 논문 제목 같은 이 단편은 그냥 주어진 몸으로 사는 건 플랫 보디, 과학 기술로 완벽한 몸을 만드는 건 스마트 보디가 있는 미래를 배경으로, 시간 여행자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단편이 좀 다른 건 시간 여행을 자기 뜻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기 의사가 아닌 무언가 모를 이유로 미래로 가고 스마트 보디를 하라고 강요받는다.
그리고 그걸 설득시키는 게 화자인 주인공이 하는 일이다.

갑자기 수십년을 건너 뛴 사람들은 시대 지체자로 불린다. 그들이 왜 선택받았는지 그 이유가 나오는 장면부터 엔딩까지. 한 번에 몰입해서 봤고, 슬펐지만 위로 받았다.
이 단편을 읽을 때 쯤 여러 일로 난 지쳐 있었다. 왜 난 사람들의 말에 예민해지고 그냥 웃으며 지나갈 수 없는지, 매일 화가 나는지 의문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 단편에서 답을 찾았다. 시대와 불화하는 게 맞다는 것. 한치의 오차가 없는 건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라는 것.
엔딩에서 깜박이는 픽셀이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 작품이다.

이외에도 완벽한 아이를 만드는 에그 , 점점 가벼워지는 지구, 외계인 통역가 등 재미있으면서 현실 문제를 생각나게 하는 단편들이 가득하니,
요즘 한국 SF가 궁금하다면, 꼭 만나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