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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우연

솔빛시인 2023. 3. 14. 23:39


#도서협찬 #고요한우연

제1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주인공 수현은 자칭 지극히 평범한 고1 학생이다. 수현의 반에는 별처럼 빛나는 고요와 정후가 있다.
수현은 정후를 입학식 날 보고 한눈에 반하지만 고백하진 못하고 항상 바라보고 있다.
모든 친구들과 거리를 두는 고요는 친구들이 싫어하기 시작하면서 고요의 책상은 매일 아침 더러워지고.
정후와 수현, 그리고 갑자기 궁금해진 우연까지. 네 아이가 지구를 도는 달 처럼 서로를 돌기 시작한다.

초반에 인물이 소개될 때는 좀 시큰둥했다. 공부 잘하고 다정한 정후, 까칠하고 공부만 하는 고요.
미스터리한 우연. 힘들어 보이거나, 잘못된 걸 지나치지 못하는 수현과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때론 화도 내는 절친 지아까지.
흔히 보는 인물들이라고 생각하다 네 명이 SNS에서 익명으로 얘기를 나누기 시작하며 몰입해서 읽었다.

지구를 도는 달. 우리는 항상 달의 같은 면만 본다.
인물 이름 부터 (고요의 바다 등) 서로의 관계, 대사에도 SNS 아이디에도 그 비유가 잘 드러나 있다.
작가가 세심히 쓴 인물들의 감정 묘사나 대화가 책 표지처럼 독자 마음을 초록빛으로 물들인다.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지만 사람의 감정은 오묘하고 이상하고 때론 내가 왜 이러는지도 모르게 휩쓸리니까.

우리가 모르는 사람에게 때론 고민을 쉽게 털어놓고. 예상이 가지만 그걸 결국 자기가 먼저 들추지 않는 마음들.
표현하기 힘든 얽힌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무엇보다 수현이 세심해서 좋았다. 그가 한 일은 별 일 아니라고 얘기하지만 우연이 얘기한 것처럼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더러운 책상을 치우고, 고양이를 찾아다니고. 지나치지 못하는 그 마음이 소중하다.
그래서 마지막 우연이 돌아본 그 순간, 꼭 달이 한 면만 보여주다 뒷 면도 보여주는 것처럼 감동받았다.

결말을 향해 가며 눈물이 났던 건 수현이 꼭 나같아서. 그래서 마음 아팠다.
누구나 난 왜 이리 평범할까 하던 시기가 있을 거다. 지금도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를 궁금해하고 작은 거라도 하려고 하는 그 마음은
절대 평범하지 않다. 우연이가 말한대로 명왕성이 아홉번째 행성이 아니라고 별이라는 사실이 바뀌지 않은 것처럼.
우리는 저마다 빛난다. 지구를 바라보는 달처럼 무언가를 바라는 사람들도 아름답다.

작년에 #얼토당토않고불가해한슬픔에관한1831일의보고서 를 만났을 때처럼 꼭 안아주고 싶은 책이다.
올해는 이 책을 계속 알리고 추천해야지. 청소년들과 어른들까지 추천하며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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