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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이는 사랑

솔빛시인 2023. 9. 17. 20:57

#망설이는사랑 #안희제 #오월의봄출판사

오늘 새벽,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고 그런 생각을 했다.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 사랑이겠는가.’

이 말은 내가 만들어낸 말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책이 온몸으로 전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팬사인회나 콘서트를 간 적은 없지만 나의 삶 한 부분은 K-POP이 차지하고 있다.
시작은 샤이니의 ‘줄리엣’이었다. 그때 내 노동요. 일하기 힘들 때마다 이어폰을 꼽고 이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 음악방송 무대도 찾아보고 그러다 또 다른 아이돌이 눈에 들어오고. 예능도 보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케이팝이란 네트워크 안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망설이는 사랑>은 케이팝 논란 속 팬심을 얘기한다. 범죄로 인정되지 않은 논란만 된 여러 사건 사고. 논란을 대하는 팬들은 어떤 마음과 생각을 할까.

저자는 팬들과 인터뷰하고 온라인에서 유튜브에서 그들의 말과 이야기를 찾아보고 분석한다. 단순히 케이팝 팬들이 모순이다, 왜 그렇게 비이성적이냐 라고 말하기 전에 작가는 다른 것에 주목한다. 왜 그들은 바로 본진을 갈아타지 않는지, 왜 망설이는지.

여기서 안희제 작가의 문장과 분석이 빛을 발한다. <난치의 상상력>부터 따라 읽고 좋아하는 작가라 기대도 했고 이 책이 그 동안 주로 얘기했던 질병과 돌봄과는 다른 분야의 이야기라 궁금하기도 했다. <망설이는 사랑>은 케이팝 팬 개인에서 시작해 그게 하나의 흐름이 되고 그 안에서 ‘망설임’이란 키워드를 찾아낸다.

그 안에 팬의 고민, 죄책감, 조금이라도 더 나은 길을 찾고 싶은 마음이 있다. 자신이 없어서 망설이는 게 아니라 자신의 방식을 제대로 세우고 싶었던 것이다.  빨리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넌 그 사람을 옹호하는 거라고 다그치는 이 세상에서 돌아보고 찾아보고 고민하는 사람들. 그들을 보며 난 그 동안 내 마음대로 결론 내리거나 불편하다고 안 보였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건 아닌지 찔렸다.

‘이젠 너 안 좋아할 거야.’ 할 수 있지만, 망설이는 것 보단 쉽다. 그들이 고민하는 건 내 마음을 책임지기 위한 거고, 그것이 사랑이고 그래서 소중하다. 이 마음은 나에게도 힘이 되었다. 액션을 크게 하지도 못하고 바꾸지 못하는 거 같아 자꾸 나빠지는 세상에 내가 돌 하나 던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아래 문장에 울컥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상상되는 것은 ‘반성하고 나아질 수 있는 존재’로서의 윤리적 인간이다. 당장 무언가를 바꾸지 못하더라도,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그렇게 기다림으로써 자기 자신 또한 변해간다.’ P.298

작가의 마지막 말대로 ‘망설이기를 망설이지 말자.’ 고 마음 먹는다. 무엇도 내 생각을 함부로 바꿀 순 없다고.
무엇을 보더라도 찬찬히 제대로 들여다 보겠다고. 그 마음을 알려준 작가와 팬들에게 감사하다.  케이팝 팬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간절히 좋아해본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라 추천한다.

P.S. 이 책은 케이팝을 잘 모르더라도 읽을 수 있도록 여러 주석이 달려있는데 주석을 읽지 않아도 줄임말을 알 수 있는게 괜히 뿌듯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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