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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 필링스

솔빛시인 2021. 7. 29. 23:13

마이너 필링스

#도서협찬 #가제본 #마이너필링스
저자 #캐시박홍
출판사 #마티
2021년 8월 출간 예정 #예약판매중

*여러분, 하반기는 이 책입니다!*

책이 좋을수록 서평 쓰기가 어렵다. 사실 무슨 말이 필요한가. 내가 대단한 문장가도 유명인도 아닌데, 이 책을 꼭 읽어보시라! 이 말 한마디면 충분할 거다.

제목부터 끌렸다. <마이너 필링스>라니, 매력적인 제목에다가 한국계 미국인 시인이 썼다니, 이 책이다 싶었다. 기대 이상으로 읽는 내내 감탄하며 읽었다. 어떻게 이런 문장을, 어쩜 이런 생각을 했을까. 7개의 챕터로 나눠져서 주제는 조금씩 다르지만 저자가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오면서 겪었던 경험과 그에 대한 생각, 매체 비평 을 담고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딱딱해보이지만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작가의 이야기로 시작해 모두의 이야기로 뻗어나간다. 틱장애로 시작해 그원인을 파고들어가다 보면 그가 미국에서 태어나고 어떻게 살았는지 연결된다. 적응하기 힘들었다는 건 우리도 예상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미국에 사는 아시아인으로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만 했던 거다. 한국인은 바르고 성실하다는 스테레오타입에 맞춰 살아야 하고, 대학에 가고 시도 쓰게 되지만 시를 쓰면서도 자신이 서투른 영어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고, 왜 꼭 시에 내 정체성을 표현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는다. 다음은 너희 시대다, 라고 백인은 말하지만 작가는 느낀다. 별로 나아진 게 없는데 강요받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했던 챕터는 ‘백인순수의 종말’인데, 특히 앞부분은 다 밑줄치고 싶을 정도로 문장이 가슴에 콱 박혔다. 특히 이 문장에 울컥했다.

‘나는 딸에게 나의 행복한 기억을 물려준다기보다 딸을 위해 행복한 기억을 연출해주고 있다.’ P.92

아이를 키우면 들었던 내 생각과 같았다. 저자는 책 읽어주는 걸 예로 들었지만 난 자주 경험하지 않은 걸 검색하고 책을 읽고 배우며 아이에게 연출한다. 그 마음은 진심이나, 내가 받은 걸 물려주는 건 아니기에 힘들 때가 많았다. 그래서 다음에 이어지던 문장 ‘자신의 어린시절을 곁눈질했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저자의 마음을 온전히 다 이해한다고 감히 얘기하진 못한다. 잠깐 여행을 다녀온 거 외에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도 없고 우리나라에서 여성으로 느꼈던 어려움은 있지만 저자 경험에 비할 순 없을거다. 하지만 이어지는 챕터에서도 공감했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다. 시인으로 섬세하게 그린 문장과 시인의 평생을 담은 책이라서 그럴 거다.

300페이지가 안 되는 책을 곱씹고 참 오래 읽었다. 연대는 거창한 게 아니다. 이 책을 읽고 저자가 느낀 감정이 사소하지 않다는 걸 알고 느끼고 위로받았다면 그게 바로 연대가 아닐까. 이 책의 마지막 문장대로 많은 독자들이 읽고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그들과 우리는 항상 미국에 있었고 존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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