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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떠나온 세계

솔빛시인 2021. 10. 25. 22:35

김연수 작가가 쓰고 한 말이지만 10년 이상 오래 품고 있는 문장이 있다.

사람은 서로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다.

나도 그렇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다. 난 친구를 많이 사귀는 건 관심이 없다. 하지만 내가 사는 세상이 나은 방향으로 가길 바란다. 내 아이가 좋은 세상에서 살기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과 인류라면 조금은 나은 선택을 할 거라는 작은 희망을 갖고 있다.

김초엽 작가의 #방금떠나온세계 도 그렇다.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잠깐 스치듯 만나기도 하고 사랑도 하고 헤어진다. 현실에 발붙인 상상력은 인물들의 손짓과 몸짓 마음으로 독자에게 이어진다. <마리의 춤>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버스를 타기 위한 시위를 떠올리고, <인지공간>에서는 정보의 불평등을 생각한다. 서로 닿으려는 방법이 때로 강하고 아프고 슬프지만 그 몸짓에서 독자는 위로를 받는다.

그래서 김초엽 작가의 책을 읽을 때마다 울컥하는지도 모르겠다. 서로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평생 그 순간을 위해서 사는 거니까. 그래서 <케빈 방정식>에서 터지는 시간 거품이 우리를 살게 하는 이유라는 걸 알게 된다.

소설을 왜 읽냐는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소설집. 작가님 건강히 오래 오래 써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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