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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에서 울다

솔빛시인 2022. 3. 15. 14:02



작년에 미국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히고 유명한 책이라, 번역되기 전부터 궁금하면서도 섣부른 기대는 하지 않으려 했다. 영미권에서 인기였던 한국계 작가들 책 중에 나에겐 별로 와닿지 않은 책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책을 읽으며 서너 번 울었다. 내 어머니를 생각한 건 아니었다. 저자가 어렸을 때 높은 데서 떨어져 다치면 그러길래 올라가지 말랬지? 라며 다그치는 자우너의 어머니는 한국 어머니가 분명했으나, 나와 음식에 관련된 경험은 좀 달랐다. 하지만 나도 한국인이라, 첫 챕터부터 쏟아지는 음식 이야기는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두 젓가락이 들고 있는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있는 면. 표지 그림이다. 이 책을 탁월하게 표현한 표지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H마트에만 가면 우는 저자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자우너가 이십 대 중반에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들은 끊어지지 않는다. 어머니의 한국 가족, 음식은 남아있어, 표지처럼 어머니와 그는 이어진다. 하나의 자서전이자, 성장기로 볼 수 있는 이 책은 저자의 한국 공연으로 마무리된다.

자기 고백 에세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 책은 달랐다. 아마 한국인, 한국계 미국인, 이민 1,2세대, 외국인에 따라 이 책이 어떻게 다가올지 다를 거라 생각하고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다. 솔직하다고 좋은 글이 나오는 건 아닌데, 저자와 어머니, 가족과 지인까지 각각 캐릭터가 분명하고 작가의 섬세한 표현과 구체적인 이야기가 독자도 자기 일처럼 몰입하게 만든다. 책 중반쯤 분명 영화화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로 나올 거란 소식도 반가웠다. (부디, 좋은 영화 만들어지길!)

어머니를 보내고, 그 그리움을 한국 음식을 만드는 것으로 달래는 저자는 김치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요리에 손 놓은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아마, 나보다 요리를 잘하시는 건 물론, 더 많이 아실 듯. 마지막에 나온 한국 공연장은 나도 몇 번 공연을 보고 추억이 있는 곳이라 반가웠다. 내적 하이파이브를 하게 만드는 요소가 많지만 (음식, 과자, 추억 등등) 매력적인 저자 한 명을 알 게 된 게 가장 좋다.

오늘 읽은 인터뷰 기사를 보니 한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이야기를 책으로 써 볼까 계획을 얘기했는데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 이젠 저자가 속해있는 재패니즈브렉퍼스트 음악을 들을 차례. 책 초판에 포함된 책을 읽으며 들으면 좋은 노래 리스트 북마크가 참 좋다. 이 책을 읽으면 노래를 안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 같이 찍은 북커버는 덕원상점 제품이다. 작년에 지역 도서관에서 바로 대출도서를 시작하면서 책을 어떻게 하면 깨끗이 볼까 고민하다가 샀는데 초반에 활용 못하다가 요즘 잘 쓰고 있다. 질긴 종이 재질이라 책에 잘 붙어있고 한 몸처럼 자연스럽다. 이전에 북커버를 책 살 때 굿즈 등으로만 받아서 잘 써본 적이 없는데 만족하며 쓰고 있다. 원하면 줄 책갈피나 각인을 추가할 수 있다. 가죽이나 두꺼운 걸 원하면 만족 못하겠지만 책을 좋아하는 분이 만든 거라 실용적이고 색감이나 크기도 다양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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