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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책 추천하기

솔빛시인 2022. 4. 6. 16:47

아이에게 책 추천하기

이 얘기는 아무에게나 이렇게 해보세요 라고 추천하긴 어려운 얘기다. 왜냐하면 나의 경험과 관심사 아이의 성격이 결합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집을 벗어나고 싶어 책에 빠졌던 나는 소위 책벌레가 됐지만 좋은 계기가 아니라서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되는 게 약간 두렵기도 했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안 한다. 내 경험으로 아이의 세계를 한정지을 순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지금도 책을 많이는 안 좋아했으면. (벌써 뭐 게임을 가장 좋아하니까.ㅎㅎ) 바람이 있다.

아이가 말을 잘 못할 때는 잠도 잘 못자고 말도 안 통하는 게 힘들었다. 말을 어느 정도 하면서 부터는 책을 읽어주고 얘기도 하는데, 말이 통해 좋지만 고민도 생겼다. 아이의 세계를 넓히는데 어떻게 도움을 줄까. 그 고민.

난 독서를 공부와 절대 연결시키지 않는다. 이미 학교에서 그런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교과서에 나온 추천 도서나 학년 추천도서는 참고만 한다.

왜냐하면 책 읽기는 재밌어야 하니까. 무조건 재미다. 재미있어야 책을 읽는다.

재미를 느끼는 요소는 아이마다 다르다. 그래서 추천 도서 중에 아이가 좋아할만한 것만 체크해둔다. 신간도 본다. 재작년 부터 동화나 청소년 소설도 되는대로 읽고 괜찮은 출판사나 작가도 알아둔다. 아이 덕분에 나도 독서의 폭이 넓어졌다.

아이가 빌려오는 책이나 서점에서 선택하는 책에 대해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가 어른이니까. 아이의 눈으로 볼 수 없으니, 아이가 빌려 온 책이 마음에 안 차는 거다.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지금은 유치한 책도 많이 읽었다. 그런 시간이 많아야 자신의 취향이 생기니까. 요즘 아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학교에서는 와이 책을 주로 빌려 온다.

어제 아이가 빌려온 책은 로봇이 주제였다. 보더니 재밌다고 얘기한다. 그럴 때 넌지시 얘기한다. ‘학교 도서관에서 로봇 관련 책 찾아봐, 또 재미있는 책이 있을 수 도 있어”
난 도서관 어플로 들어가 로봇 관련 책을 검색한다. 이 때 중요한 건 아이의 취향. 학습만화를 제외하고 그림책이나 지식 책 중에 괜찮은 걸 찾아본다. 하다보면 검색이나 찾아보는 시간이 빨라진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2년 정도 책 추천했던 봉사가 도움이 많이 됐다. 아무래도 많은 책을 훑어볼 수록 좋은 책을 발견하기 마련이니까.

캡쳐해두고 일주일에 두 세번은 도서관에 가니까 직접 가서 보고 두 세 권 빌려 온다. 슬쩍 책을 보여주고 아이가 좋아하는지 얼굴을 살필 때마다 설레고 궁금하다. 다 성공 못할 수 있다.  그럴 때가 더 많다. 하지만 한 권이라도 아이 취향에 맞으면 기쁘다. 또 거기서 뻗어나갈 수 있는 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아이와 책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여기서 또, 아이에게 자세히 물어보지 않는다. 아직 아이가 말을 잘 하기 힘들기도 하니까 그냥 누가 나오냐 어떤 장면이 재밌냐 정도. 아이가 귀찮아하면 그런 것도 안 물어 본다.

요즘 도서관 신간 코너가면 한 권씩 빌리는게 동화다. 아이가 읽을만한 글씨 크고 그림이 들어간 명랑동화. 최근에 인기 많은 십민준을 아이가 잘 봤다. 최근 읽은 책에서 학습만화는 아이의 취미라고 생각하라는 문장에 공감한다. 유튜브 보는 것보다 나은 정도라고 생각한다. 신화에 나오는 신 이름이나 내용 좀 알게 되는 정도만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 이상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시리즈가 생겨도 한 번에 다 구입하지 않는다. 전집을 안 사는 이유와도 통하는데, 그렇게 아이가 많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과서를 잘 읽으면 그 나이대 필요한 지식은 습득할 수 있다. 더 많은 책이 필요하지 않다. 좋아하는 책을 여러번 반복해서 보는게 훨씬 좋다. 시간이 지나 안 보는 책들은 정리한다. 추억이 담긴 그림책은 놔두지만, 물론 그것도 부지런해야 한다. 잠깐 놓치면 어느새 책이 쌓여있다.

매주는 아니지만 한 달에 두 번 정도 남편까지 가족이 모여 책을 읽고 얘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사실 내가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하려고 한 건데 하니까 좋은 점이 평소와 다른 대화를 많이 하게 된다. 서로 읽은 책과 주제와 내용이 다르니까. 내용을 아이가 이해할 수준으로 얘기하는 것도 나에게도 도움이 된다. 아이는 아직 책을 요약할 정도로 이야긴 못한다. 그냥 줄줄 얘기한다. 그래도 좋다. 그 시간이 추억이 되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아이를 키우며 어떤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지금도 고민한다. 깨끗한 집과 맛있는 요리는 이미 포기했다. 미안할 때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냥 이런 엄마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 다르니까. 모든 게 다 완벽할 수 없으니까.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거에 집중한다. 아이가 자기 취향이 생기면 나중에 서로 읽은 책을 얘기하고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사실 많이 안 읽어도 된다. 그냥 책이 재미있는 거라는 것만 알면 좋겠다. 그러면 어른이 돼서도 기억이 나서 책을 다시 읽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그때 엄마가 이런 책을 얘기했지 정도만 기억해도 난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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