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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칠 수 없다

솔빛시인 2022. 4. 25. 10:03

지나칠 수 없다

책을 읽고 공부하고 세상에 관심을 가질수록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나도 그런 때가 있었다. 집도 돈도 없는데 기부할 돈이 있나, 우선 내 형편이 나아지면 그때 해야지. 그리고 그런 날은 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동시에 해야한다.

너무 몰두하다 마음이 아프고 지치면 나도 며칠 거리를 둔다. 우선 난 아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아이를 학교 보내고 밥은 먹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다 자꾸 뒤돌아본다. 이런 얘기도 듣는다. 그런다고 달라지겠나. 이미 망했다고.
하지만 나에겐 아이가 있고, 그래서 더욱 포기할 수 없다. 아이로 시작됐지만 이 사랑은 사회를 향한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게 우선이지만 그것만으로 세상이 좋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남을 밟고 일어서야 성공한다는 그릇된 신화를 심어주는 사회. 지쳐있는 아이들이 안타깝다.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정치와 기업에 화가 난다.
그러나 알면 알수록, 책을 읽을수록 말은 적어지고 고민이 깊어진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 끝에 우선 결심한 건 지나치지 않는 거다.
내가 나서서 이끌 수 없겠지만 나오는 이야기는 피하지 않고, 내가 아는 한 제대로 얘기하기.
SNS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들여다 보고 내가 할 수 있으면 적은 돈이라도 기부하고 알리고, 할 수 있는 걸 하기. 외면하지 않는 것. 그 자리에서 변화가 시작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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