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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얘기 하지 말까?

솔빛시인 2021. 12. 18. 00:13


모임을 가면 신나게 얘기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후회하는 타입이다. 이런 얘기 괜히 했나? 그냥 조용히 있을 걸 그랬나. 그러고 보면 막말과 혐오를 일삼는 사람들은 그런 고민도 안 하는데 말을 고르고 고르는 사람들만 상처를 받는다.

<이런 얘기 하지 말까?>는 최지은 작가가 이런 얘기 해도 되나요 똑똑 문을 두드리는 책이다. 덕질 이야기 부터, 여성 연예인, 페미니즘, 다이어트 등 많은 소재를 다루지만 또 하나로 엮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게 바로 우리나라 여성들이 살고 있는 현재이기 때문이다.

나는 현장을 뛰어 본 적은 없지만 어렸을 때 라디오 키드였고, 커서는 인디밴드 공연을 보러 다녔고, 공연도 다니고 영화도 많이 좋아했고. 지금도 그렇지만 나도 항상 덕질을 쉬어 본 적이 없다. 다만, 이젠 남자 연예인, 뮤지션을 좋아하는 건 어렵다. 그 와중에도 비집고 들어오는 사람도 있지만 예전처럼 아무 생각없이 빠지는 일은 다신 없을 거다.

지금까지 살며 유일하게 일했던 내 경험도 이 책에 담겨있고 가슴 깊이 공감했다. 8년 정도 일하며 번아웃이 왔지만 그 일을 그만둔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만들어내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방송은 어쩔 수 없어. 다 이래 라는 말도 듣기 싫었다. 그땐 내가 나약했나 생각도 했는데 작가의 말에 위로 받는 기분이었다.

8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여성이라면  박장대소 맞장구 칠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다. 단순히 전달만 하지 않고 독자가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줘서 좋았다. 대화하는 느낌이고 나도 이 주제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연대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이고 뭘 해야 할지 생각하게 만드는 이 책이 고맙다. ‘이런 얘기’ 해주셔서 감사하다. 그리고 다음 책은 망한 첫 인터뷰 부터 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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