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빛시인의 집

스물과 스물 아홉 가을 본문

영화

스물과 스물 아홉 가을

솔빛시인 2010. 10. 17. 00:10

봄날은 간다
감독 허진호 (2001 / 한국)
출연 유지태,이영애
상세보기

영화가 시작하고 마지막 2001년 작품이라는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 까지
코끝이 찡했다.

스무살 가을.
동숭 시네마텍에서 봤던 '봄날은 간다'
처음 봤을 때는 며칠 전 실연했던 선배를 신경쓴다고
집중하지 못했는데도, 영화 보는 내내 가슴이 시렸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멍해졌다.

사실 난 그 해 사랑을 시작했고, 그 해 가을은 사랑하는 사람과 처음 맞는 가을.
행복했었다.
그래서 상우의 모습에서 남자친구 모습이 보였고 
고백도 했었다. 
유지태의 모습에서 오빠를 보았다고... 
그래서 상우가 안돼 보였을까.
은수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계속 마음에 남았던 영화.

2년 뒤,
남자 친구가 군대를 갔을 때
이 영화를 다시 보았다.
은수가 보였다.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아... 그랬구나. 그래서였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스물 아홉 가을
'봄날은 간다'를 다시 보았다.

오늘은 상우 할머니 젊었을 적 사진에 눈길이 갔다.
이 영화는 여기서 시작됐구나.
연분홍 한복 곱게 차려입고 양산 들고 있는 처녀의 뒷 모습.
우리의 찬란했던 봄날은 다시 오지 않음을...
이 영화는 빛났던 시절, 그 시간에 대한 이야기인 것을...

영화가 끝나고 GV 시간.
감독님을 처음 뵙고 마이크를 붙들고 덜덜 떨면서 질문하고 웃기도 하고
때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이렇게 가을이 지나가는 구나...
서른 아홉에 보는 '봄날은 간다'가 궁금해진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 한국영화 Best 10  (0) 2011.01.04
소셜 네트워크  (0) 2010.11.27
조금만 더 가까이 (2010.11.09)  (0) 2010.11.10
부당거래 (2010.10.30)  (0) 2010.10.31
드뷔시의 '달빛'  (0) 2010.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