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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가는 직업

솔빛시인 2022. 4. 2. 16:46


목디스크 치료를 받고 있으니 두껍거나 어려운 책은 아직 힘든 때, 딱 적절한 책이었다.
2021년 한국경제 신문에서 수필 부문에 당선된 작가 유성은의 첫 책. 당선작 ‘인테그랄’은 발표 당시 나도 잘 읽었다.
수학자인 남편과 저자가 만나고 결혼하면서 사는 얘기는 공대생에 개발자인 남편과 비슷해서 공감도 많이했고, 책도 그런 요소가 많았다.
좀 과장을 보태자면 남편도 진짜 일 빼면 생활 측면에선 도움이 별로 안되는..아, 전자기기 구매는 도움이 된다.

주부로서 사는 이야기가 담겨있고, 아이를 키우면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져 있어 나도 요즘 고민하는 부분이라 힘도 얻었다.
남편이 우스개 소리로 당신 같은 엄마는 아마 유일할 거라고. 말한 적 있다. 나쁜 얘긴 아니다. 내가 거의 매일 하소연 한 얘기를 듣고난 결과다.
아니, 어떻게 이런 얘길 할 수가 있지. 다들 학원 정보만 찾고.. 그게 전부인가.. 어쩌구 저쩌구.

작년부터 글을, 책을 쓰는 건 어떠냐 얘기를 몇 명에게 듣긴 했지만 아직은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날개를 달았으면 좋겠는데, 난 아직 무슨 날개를 달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도 무엇을 쓸 수 있을까 작년 부터 가끔 생각하기도 했다. ‘망한 독서모임 이야기’는 관련된 사람들 때문에 안되고, 남편은 심지어 자기와 연애, 결혼 얘기도 다 써도 된다고 했으나, 아니 뭐 본인만 허락하면 되나. 내가 내켜야지. 유년시절은 음… 아마 부모님이 세상 떠나시기 전까지는 털어놓기 어려울 거 같다.

당선된 수필을 수백번 고쳤다는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난 작가란 자기애가 있어야 하고 나를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만큼 노력이 따른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느낀다.
‘주부’라는 단어가 직업으로 나와 반갑다. 나도 주부고, 꼭 살림에 완벽해서가 아니라 내 가정과 아이를 보듬고 있으니까. 남편도 자신이 혼자 버는 게 아니라 같이 돈을 버는 거라고 항상 얘기 하니까. 주부라는 이름으로 지친 분들이 이 책 읽고 웃으면서 외로움과 고단함을 씻을 수 있길. 의미없는 수다 보다 이런 책이 나을 때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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