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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휴먼

솔빛시인 2022. 4. 3. 06:05

#도서협찬 #나는휴먼
저자 #주디스휴먼 #크리스틴조이너 옮김 #김채원 #문영미
출판사 #사계절
2022년 3월 18일 발행
원서 2020년 BEING HEUMANN

이 책의 한 문장

변화는 결코 우리가 생각한 속도에 맞춰 찾아오지 않는다. 수년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고 전략을 세우고 공유하고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만 찾아온다.


장애인 이동권’ 이란 단어를 인지하기 시작한 건 아이 어릴 때 유아차에 태워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아이 어릴 때, 유아차에 태워 목적지에 가면 또 마음이 급했다. 퇴근 시간 전에 집에 와야 했고, 아이가 좀 걸어다닐 나이가 됐지만, 에스칼레이터를 안 타려고 했고,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나에게 필수 수단이었다. 대부분 엘리베이터를 한 두대는 보내야 나와 아이가 탈 수 있었다. 사실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애인도 기다리는 걸 보고나서 이건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상한 건 한 두개가 아니다. 그럼 운전 면허를 따서 차를 몰라고 쉽게 말한다. 자차가 없으면 불편하고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운 지역도 있지만 수도권이라면 주차가 더 큰 문제다. 왜 문제를 지우고 사람들에게 책임을 씌우지? 사람 많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아이 손을 붙잡고 여러 사람의 눈치를 보며 대중교통의 ‘대중’은 누구인가 의문이 들었다.

몇 년 전 부터 관심을 갖고 책도 읽다가 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20년 동안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해왔다는 걸 알게 됐다.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 이 투쟁은 지금은 정권이 바뀌는 시기를 틈타 차별, 배제, 혐오 발언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시기에 <나는 휴먼>을 만난 건 반가웠지만 그래서 아팠다.

세계 장애 운동 리더인 저자 쥬디스 휴먼은 이 사람이 걸어온 길이 미국 장애인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만큼 여러 사람의 힘을 모아 스스로 자신과 장애인을 위한 길을 개척한 사람이다. 1947년 태어나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휠체어를 타게 된 이후 학교를 입학 못하고 부모가 발 벗고 나서 몇 년을 알아 본 끝에 4학년 나이에 학교에 입학했다. 그 후, 그는 실력이 있음에도 처음엔 장애를 이유로 거부당한 교직 자격증을 취득하고, 장애인 시민권 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저자의 인생을 따라 그가 이루었던 투쟁의 과정과 결과를 시간 순서대로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특히, 1977년 재활법 504조를 시행하라며, 캘리포니아 연방정부를 점거하고 20일이 넘게 시위를 이어나가, 서명을 이끌어낸 과정이 자세하게 담겨있다. 504조 내용은 이렇다.

미국 내에서 제7조 제6항의 장애에 대한 정의에 부합하는 장애인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이나 활동에 따른 혜택에서 배제, 거부되거나 차별받을 수 없다.

이렇게 당연한 법을 인정받는 건 어려웠다. 점거 시위 내내 씻지도 못하고 먹기도 힘든 상황에서 저자를 비롯한 장애인들과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은 힘을 모아, 이 변화를 이끌어냈다. 미국장애인법이 제정된 건 그로부터 십년이 지난 1990년이었다. 저자의 말대로 변화는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도리어 힘을 얻는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밖에 없었지만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만 휴먼의 말대로 조금이나마 기울어진다고 하니까. 혐오로 갈라치기 하는 정치와 사람들에게 맞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공부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고 또 다짐한다.

휴먼은 말한다. 장애가 노화 과정의 일부라고. 그렇다. 나도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 있고, 누구나 늙고 병들고 죽는다. 이건 누구를 배제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장애인, 소수자, 어린이 등을 다 지워버리면 우리가 잘 살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 같이 사는 세상이므로.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것에 타인의 희생과 노력이 있다. 머지 않아 대중교통의 대중이 말 그대로 모든 사람을 의미하길 바라며. 오늘도 조금이라도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분들을 응원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안고 저도 할 수 있는 걸 하겠다고 작은 목소리나마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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