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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건강 매뉴얼

솔빛시인 2022. 4. 3. 16:52


#도서협찬 #질건강매뉴얼
저자 #제니퍼건터 기획, 감수 #윤정원 옮김 #조은아
출판사 #글항아리
2022년 3월 8일 발행
원서 2019년 THE VAGINA BIBLE

마흔살이 넘으면 예전같지 않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그렇다. 몸이 하나씩 고장 나는 느낌이다. 작년엔 생전 처음 생긴 병도 있었고, 며칠 전부터 목디스크 통증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살펴보면 괜찮은 데 찾기가 힘들겠지만 특히 질 건강은 같은 여성끼리도 얘기하는 힘들다. 어느 정도의 느낌이나 통증은 참고 넘어가기도 한다. 인생 반환점을 돌았다면 앞으로 시기가 더 중요한 지금, 서평단으로 반가운 책을 만났다.

소개만 보고 관심있던 책이라 자세한 내용은 몰랐는데 우선 받자마자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함에 놀랐고 (독서대가 필수입니다. 무거워요 책. ) 서문부터 거침없는 저자의 발언에 놀랐고, 그림부터 설명까지 상세한 설명에 또 놀랐다. 의학적인 내용이나 용어도 나오지만 친한 언니가 들려주듯 편안한 문체라 읽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 감수로 우리나라와 비교한 정보도 잘 나와있어 유용했다.

작가 제니퍼 건터는 산부인과, 통증의학과 전문의로 30년 넘게 질, 외음 전문가로 활동했다. 그가 블로그나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을 정리해 이 책을 썼는데, 서문 첫 문장 부터 감동이었다.

내게는 버젠다가 있다. 질과 외음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 모든 여성에게 힘을 부여하겠다는.

이 책은 질의 제대로된 정의 부터, 여러 지식, 성교육, 관리 방법, 질환, 감염 심지어 의사와 어떻게 자신의 증상을 얘기할지 조언하는 것까지 담겨있는 말 그대로 백과사전 같은 책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출처 불명 지식의 문제점도 밝히고, 나도 잘못 알거나 제대로 모르는 게 많았구나 깨닫는 게 많았다. 이 몸으로 40년을 살아도, 아이를 낳고 기르는데도 이렇게 모르는 게 많았다니. 지금은 어떤 지 모르지만 내가 아이를 출산할 8년 전만 해도, 출산 전 관장이나, 제모 제거는 필수 였는데 이 책에선 그 점도 비판한다. 그리고 상업 마케팅으로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식품이나 의약품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모르는 내용이 많았고, 관심있는 분야를 위주로 열심히 읽었지만 이 책을 끝까지 집중하게 만든 건 작가의 태도였다. 그는 자가의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몸이 원하는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어떻게 도움을 구해야 아는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과거부터 여성은 몸의 관리와 주도권을 제대로 갖지 못했다.  질을 영어로 하면 vagina는 ‘칼집’이란 뜻이라고 나온다. 이렇게 어원부터 여성 질병에 대한 연구가 과거에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지금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기대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는 저자의 다짐에 힘이 났다.

아이를 낳고 예전의 몸 상태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사실에 최근까지도 내 몸으로 제대로 보기 어려웠다. 갑자기 자신감이 넘치진 않겠지만 저자 말대로 최소한 내 몸이 어떻게 이뤄졌고 작동하는지, 무엇이 불편한지 살펴야겠다. 그렇게 내 몸을 보듬는 것부터 시작하는게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리라. 모든 여성과 또 남성들도 필수로 봤으면 하는 소장 가치있는 책이다. 여성에게 제대로된 정보와 권리가 주어지길, 이 책으로 첫걸음을 시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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