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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기만한 어른이 되기 싫어서

솔빛시인 2022. 4. 18. 18:59

#도서협찬 #아프기만한어른이되기싫어서
저자 #강인식
출판사 #원더박스
2022년 4월 5일 발행

난 무언가에 빠져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나와 취향이 달라도 공연, 영화, 책 또는 사람이나 동물 세상 모든 것을 다 좋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덕후의 피가 흐른다. 어렸을 때 부터 책을, 뮤지션을, 영화 등등 항상 무언가에 빠져 살았다. 그리고 난 또 다른 덕후를 이 책으로 만났다.

<아프기만 한 어른이 되기 싫어서>는 강인식 기자가 작년 여름 부터 박현묵 학생과 어머니, 담당의 등을 만나 인터뷰를 정리해 쓴 책이다. 현묵은 혈우병으로 투병하다, 중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하면서 톨킨 작가에 빠져 우리나라에 번역이 되지 않은 책을 꾸준히 번역하다 출판사 제의로 번역가가 되고 작년에 대학에 입학했다. 이렇게 간단히 정리하면 인간 승리의 서사로 보이겠지만 이 책은 기사나 짧은 인터뷰로 다 담을 수 없는 현묵의 여러가지 면이 나온다. 그래서 이 책을 덮고 나서 왜 저자가 책으로 쓰기로 결심했는지 알겠더라.

현묵의 이야기는 내 마음의 여러 버튼을 눌렀다. 그 중 덕후 버튼은 가장 재밌고 흥미진진했다. 그는 반지의 제왕으로 톨킨에 빠져 톨키니스트가 모이는 카페 ‘중간계로의 여행’에 가입하고 열심히 활동하며,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번역글을 올린다. 그는 번역을 시작할 때 부터 번역가의 마음을 갖고 있었다. 기존 번역과 비교해 용어를 통일하고, 원서에서 오류를 찾아내 건의하고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어떻게 옮길지 신중히 생각하는 태도에 감탄했다. 덕후의 마음이 그렇다. 좋아하는 걸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 저자는 이 카페가 현묵에게 학교와 비슷한 역할을 했다고 얘기하는데, 그 이야기에 공감했고, 그는 누구보다 성실한 학생, 학교를 사랑하는 아이였다.

눈물 버튼은 현묵이 툭툭 내뱉은 말과, 어머니 인터뷰에서 눌렸고, 어김없이 눈물이 났지만 그게 꼭 슬퍼서만 흘린 눈물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가면 안되냐고 간절했지만 얘기하고 마음을 접은 현묵의 등, 아이를 어디든지 데려가고 싶어 업고 여기저기 다녔다는 어머니의 등을 떠올리면 그 등을 안아드리고 싶어 눈물이 났다. 감사했다. 현묵의 사랑과 진중한 태도가 어디서 왔는지 알 거 같아서.

마지막 버튼은 이름 짓기 어렵지만 우정 버튼이라고 하고 싶다. 이 책을 쓴 작가도 대학교 추천서를 써 준 현묵의 담당의도 카페 사람들 등 여러 사람이 현묵과 함께 했다. 요즘 같이 혐오가 만연한 시기에 꼭 필요한 우정, 연대다.

그는 혈우병도 병으로 인한 후유증인 장애도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그렇다. 현묵은 톨키니스트이고, 이제 자신의 공부를 하러 또 다른 학교에 발을 디뎠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고 법도 제정되어 전동휠체어로 어디든지 갈 수 있는 현묵의 미래를 그려본다. 그가 톨킨의 나라에서 공부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무엇이든 원하는 걸 마음껏 할 수 있길. 같은 덕후로서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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