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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등 뒤에서

솔빛시인 2023. 2. 23. 10:34

#편집자북클럽 #랑 에 참여하고 있다. 사계절 출판사에서 하는 새로운 북클럽. 오픈채팅으로 감상 나누고 편집자 분과 북토크도 있다니. 하며 참여했는데 강제는 아니지만 #일상의낱말들 에 나온 주제로 짧게 글쓰기도 있어서 써봤다. 근데 왜 눈물이 나지. 아. 갱년기도 아닌데. 요즘 눈물이 많아졌나. 다음주 북토크도 기대된다.

주제 : 기다림

아이의 등 뒤에서

아이가 태어나서 온 종일 한 몸으로 붙어있다 한 발 한 발 걸음마 떼던 손을 잡아주다 이제는 기다림을 배우고 있다.
이번 아이 겨울 방학에는 열살이 되니, 아이가 할 수 있는 건 해주지말고 스스로 하게 해야지! 혼자 다짐을 했다.
문제집을 풀다 물어봐도 한 번 더 보라고 얘기하고, 샤워를 하고 수건으로 머리만 좀 말려 준다.
그 다음은 알아서 해. 아, 등에 로션은 발라줄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 찾아보기. 마음이야 종이책을 보라고 하고 싶지만 패드에서 사전 검색은 알려줬더니 곧잘 한다.
물이 가득 든 컵을 들고 가면 흘려도 되니 한 번 해보라고 말은 해놓고 등 뒤에서 조마조마한 마음을 숨기며 지켜본다.

갓난 아기는 말이 안 통하니 울면 배고픈가? 쉬 했나? 짐작하며 허둥지둥했지만 말이 통하니 기다림이 어렵다.
아이에게 지시하고 내가 해주면 편할 수 있지만 온전한 성인으로 성장하는데 하나도 도움이 안 될테니.
그래도 아이가 같이 식사 준비하고 샤워하고 로션 바르고 말끔한 얼굴로 나 잘했지? 하는 얼굴을 보면 기특하다.
작은 거라도 하나 하나 해 보는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 지 엄마도 해봐서 알거든.
이런 경험이 씨앗이 되어 열매를 맺으면, 그땐 네가 보이지 않는 곳에 있을지라도 돌아보면 항상 엄마가 있다는 걸 알아주길.
오늘도 아이 등 뒤에서 기다리다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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