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빛시인의 집
2013 수영이가 본 외국 영화 본문
2013년에 특히 좋은 외국 영화가 많았다.
2014년에는 어떤 영화들이 날 흥분시킬지 기대되고,
좋은 영화를 보며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1. 미개봉작 Best
인사이드 르윈
코엔 형제는 이제 영화 만들기 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생각이 든다.
시사회에서 본 지 몇 달이 지났는데도 자꾸 생각나고 보고 싶은 작품.
OST도 예술이다.
나는 암살당할 것이다
10회 EBS국제다큐영화제 상영작.
한 남자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증언과 재연 만으로 재구성해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미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질 거라고 하는데 기대된다.
블러드 브라더
10회 EBS국제다큐 영화제 상영작.
선댄스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이라 기대하고 봤지만, 그 이상의 감동을 받은 작품.
로키라는 미국인 청년이 인도에서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을 돌보는 이야기는
나라면 어땠을까 라는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힘들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청년의 진심에 울고 말았다.
천주정
중국 영화를 많이 못 본 터라, 지아 장커의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시작부터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에 놀랐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이야기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우리 나라도 6,70년대 이후 많은 것이 변했지만
중국은 정말 무서운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는 걸 느꼈고,
그건 꼭 중국인들만의 얘기가 아니라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2. 올해의 구두
올드보이 이후, 의무감으로 박찬욱 영화를 봤는데,
이영화는 달랐고, 처음 부터 끝까지 좋았다.
BD 와 OST 도 구입했고, 세번 봤지만 볼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 다르다.
침대를 둘러싼 구두들은 인디아의 성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지만
장면도 예뻤고, 갖고 싶었다.
3. 올해의 가족
이전에 만들었던 다큐로는 담지 못했던 이야기가 절절하다.
그들이 잘못하지 않았고, 원치 않았는데도 떨어져 살아야 하는 가족.
엔딩씬에서 눈물을 참기 어려웠지만, 여행가방을 사서 걸어가는 리애의 뒷모습을 보며
이 가족을 기억하자고, 다짐했다.
4. 올해의 소년, 소녀
두더지
세 작품 모두, 한 소년이 소녀를 만나면서 사건이 일어나고, 변화한다.
두더지는 보면서 그 동안 무섭다고 피했던 소노 시온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에 감탄했다.
월 플라워는 세 배우 정말 사랑스러웠고, 음악이 좋아서 원작도 읽고 OST도 한동안 많이 들었다.
터널씬은 나도 손을 벌려 자유를 만끽하는 듯한 환상적인 장면이었다.
문라이즈 킹덤은 두 배우가 귀엽고 보는 내내 웃음이 나왔다.
어리지만 그래서 마음껏 감정을 표현하는 그들이 부러웠다.
5. 올해의 빗소리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를 봤을 때 부터 감독 팬이었지만,
'별을 쫓는 아이'는 뭔가 아쉬었는데, '언어의 정원'으로 돌아와서 반가웠다.
비가 오면 매일 보던 세상이 달라지는 걸 느끼는데 그 미세한 움직임을 잘 포착한 게 좋았다.
도쿄를 가면 비 오는 날 꼭 이 정원을 가고 싶다.
맥주와 초콜릿도 챙겨서.
비포 미드나잇 (2013)
Before Midnight
- 감독
- 리차드 링클레이터
- 출연
-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샤무스 데이비-핏츠패트릭, 아리안느 라베드, 아티나 레이첼 챙가리
- 정보
- 로맨스/멜로 | 미국 | 108 분 | 2013-05-22
영화가 엔딩을 향해 가면서 난 불안해졌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그래, 결혼은 어려워. 제시와 셀린느도 어쩔 수 없지.
그 순간 제시는 마법을 부린다.
코웃음 치던 셀린느가 어느새 동조를 하고 카메라는 서서히 빠진다.
크레딧이 뜨고, 그들은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서 얘기하고 사랑하고 또 싸울 것이다.
이렇게 영화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행복. 엔딩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사랑에 빠진 것처럼
사랑에 빠진 것처럼 (2013)
Like Someone in Love
- 감독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 출연
- 타카나시 린, 오쿠노 타다시, 카세 료, 덴덴
- 정보
- 드라마 | 프랑스, 일본 | 109 분 | 2013-10-17
사랑에 빠진(빠진 거 같은) 귀여운 할아버지.
자신의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청년. 그리고 그 사이의 여자.
누가 진실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두 번은 봐야 무엇을 말하는지 조금은 알 거 같은 영화.
내내 흘러가던 서정을 뜨리는 엔딩. 인상적이었다.
난 영화의 아내처럼 남편을 대할 수 있었을까.
대단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아내와 가족을 지키고 싶었던 한 남자.
현대인의 불안을 섬세하고 끈질기게 포착한 이 영화에서
부부는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어 더욱 가슴 아프고 섬뜩하다.
8. 올해의 오프닝
포스터의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의 오프닝은
주인공의 공허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참 주인공을 바라보던 카메라는 주인공이 일어나면 화들짝 놀라게 되는데
주인공의 아무 표정없는 얼굴을 보면 그는 살아있되 죽어있는 거나 다름없다는 걸 느끼게 된다.
수위가 센 장면이 많이 나오지만 볼수록 주인공의 감정에 몰입이 되어 아무 감정이 없어지더라.
배우들의 연기와 감각적인 연출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9. 올해의 의상
쇼를 사랑한 남자
리버라치는 뛰어난 연주가이기도 했지만
그에겐 의상과 액세서리도 연주의 일부분이었다.
영화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 의상은 그를 돋보이게 만들었지만
그 모습이 내면의 공허함을 말해주는 게 아니었을까.
무엇보다 영화가 재밌고, 연기도 대단했으며 우리 나라에서는 극장에서 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단관 개봉이라 많은 관객들을 만나지 못해 아쉬웠던 작품.
올해의 영화로 손꼽을 만큼 좋은 영화였다.
시인 유수프의 일대기를 다룬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그 전 두 작품은 개봉하지 않아, 볼 수 없어 더욱 아쉽다.
숲에서 태어나고 자란 유수프에겐 숲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스크린에서 새 소리, 숲 내음이 날 거 같은 아름다운 영화였다.
엔딩씬에서 주인공은 큰 나무 밑에서 잠이 드는데, 나도 그 옆에서 잠들고 싶을 만큼 마음이 평화롭고, 따뜻했다.
세상의 끝까지 21일
종말을 앞둔 세상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영화.
냉정하게 보자면 말이 안될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이런 영화를 보며
그래, 세상은 살만해 라고 말하며 힘을 얻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
12. 올해의 옷장
어바웃 타임
영화는 우리가 바쁘게 사느라 잊고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도 주인공처럼 내 몸에 꼭 맞는 옷장 하나가 있었으면 좋겠다.
꼭 시간을 되돌리지 않더라도 옷장을 볼 때마다 시간과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도록.
13. 올해의 사진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영화의 단점이 뻔히 보이는데도 푹 빠져 보았다.
마지막 LIFE 표지 사진은 보통 사람들에게 보내는 응원가 같아 마음이 따뜻했다.
세상은 주인공처럼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로 인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
잊지 말아야 겠다.
14. 올해의 매력남
두 영화에서 모두 억울하거나 안타까운 역할만 맡았지만
배우의 매력은 빛났다.
매력적인 얼굴과 극과 극을 오가는 연기력. 기억해두어야 할 배우이다.
셜록 시즌3에 매즈 미켈슨 형인 라스 미켈슨이 악당으로 나온다.
15. 올해의 父子
한 아버지는 자신이 완벽했다고 생각했지만 진정한 아버지가 아니었다는 걸 깨닫고
다른 아버지는 몰랐던 아들의 존재를 알지만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된다.
두 아버지는 다르지만 아들은 아버지를 닮으려고 하고, 또 받아들이기도 한다.
핏줄이란 무엇인지, 운명인지. 자식을 기른다는 것은 무엇인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지만
분명한 건 두 아버지 모두 아들로 인해 조금은 성장했다는 것이다.
16. 올해의 수영장
오블리비언 (2013)
Oblivion
- 감독
- 조셉 코신스키
- 출연
- 톰 크루즈, 모건 프리먼, 올가 쿠릴렌코,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니콜라이 코스터-왈다우
- 정보
- SF, 액션 | 미국 | 124 분 | 2013-04-11
어디선가 본 거 같은 이야기지만 미래의 모습과 메시지가 마음에 들었다.
특히 수영장씬은 꼭 우주를 유영하는 기분이 들었다.
지구보다 우주가 좋다던 스톤 박사는 혼자 우주를 떠돌게 되고
우연히 아닌강의 자장가에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지만, 스톤 박사는 자장가를 들으며, 지구를 그리워하게 된다.
우주에서 비로소 중력을 느끼게 된 것이다.
글로리아
글로리아 (2013)
Gloria
- 감독
- 세바스티안 렐리오
- 출연
- 폴리나 가르시아, 세르지오 헤르난데즈, 디에고 폰테킬라, 코카 구아치니, 안토니아 산타 마리아
- 정보
- 드라마, 코미디 | 칠레, 스페인 | 110 분 | 2013-12-05
귀여운 복수를 하고 어느 때 처럼 클럽에 온 글로리아.
그녀는 동명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그냥 나는 내 삶을 살 거라고. 내 길을 갈거라고 말하는 그녀의 춤에
나도 따라 추고 싶었다.
19. 올해의 독백
블루 재스민
처음엔 웃음도 나왔고, 독특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늘어가는 독백에 그녀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마지막 독백.
그녀는 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입맛이 썼다.
폭스파이어
연기를 해보지 않은 소녀들의 생생하고 자연스런 연기 앙상블이 놀라웠다.
마지막 렉스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영혼이 영원하다고 생각하진 않아. 불꽃처럼 타는 동안에만 진실하면 돼. 때가 되면 꺼진다고 해도."
그렇다. 의미있는 혁명은 실패한게 아니다. 계속 불꽃처럼 타오를테니까.
21. 올해의 캐릭터
홀리 모터스
9가지 역할을 해낸 것 뿐만 아니라 감독의 이상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드니 라방.
그가 있어 유일무이한 캐릭터가 완성되었고 이 영화가 나올 수 있었다.
영화, 연기, 배우, 인생이 버무러진 영화를 위한 영화.
난 오늘 어떤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22.올해의 총격씬
장고 : 분노의 추적자
장고:분노의 추적자 (2013)
Django Unchained
- 감독
- 쿠엔틴 타란티노
- 출연
- 제이미 폭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크리스토프 왈츠, 케리 워싱턴, 사무엘 L. 잭슨
- 정보
- 드라마, 액션, 로맨스/멜로 | 미국 | 165 분 | 2013-03-21
이야기, 연기, 음악 모두 끝내준다.
마지막 총격씬은 잔인했지만 잘 조율된 음악을 듣는 거 같은 쾌감을 느낀 장면이었다.
23. 올해의 모래
마스터
시간이 지날수록 남는 건 모래사장에 누워있는 주인공이었다.
술, 종교 등 무엇이든 기대야 하는 인간의 나약함이
꼭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한 줌의 모래 같았다.
24. 올해의 육체(몸)
올 이즈 로스트
망망대해에서 주인공은 쉴 틈이 없다.
살아야 하므로 무엇이든 해야 하고 할 일은 많다.
우리가 평생 살아가는 것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로버트 레드포드의 주름 하나, 몸짓 하나에 감동 받았다.
25. 올해의 뒷모습
링컨
반대세력과 싸우고, 죽어가는 병사를 보고, 전쟁에 참여하겠다는 아들을 보내야 하는 대통령.
그는 사람을 이끌고 훌륭한 말을 하지만 기억에 남는 건 그의 뒷모습이다.
그도 대통령이기 전에 인간임을 보여주는 그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라이프 오브 파이
1월 1일 이 영화를 보고 2013년에는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 하나로 가슴이 벅차 올랐고 흥분됐다.
반전이 중요하지 않다.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3D 효과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사람들이 영화라는 매체를 처음 봤을 때 이런 감정을 느꼈을까.
감탄, 또 감탄했다.
2014/01/10 - [영화] - 2013 수영이가 본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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