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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속도

솔빛시인 2021. 11. 21. 08:10

말로만 듣고 궁금했던 책이 재출간 됐고, 좋아하는 김초엽 작가의 추천이라니! 궁금했던 차 #잔류인구 에 이어서 읽게 됐다. 작가 인터뷰를 보면 자폐 판정을 받은 아들과 20년 간 같이 살며 경험한게 이 책의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주인공인 루는 자폐인이다. 미래 배경이라 이 시대에는 의학 발달로 자폐아는 태어나지 않고 루를 비롯한 사람들은 좀 더 일찍 치료 받고 자기 생활로 꾸리게 된다. 어느 날, 회사의 새로운 상사를 주축으로 자폐인으로 구성된 부서 직원들에게 새로운 수술을 받으라며 강요하고 루는 고민에 빠진다.

어둠의 속도는 줄거리를 요약하면 간단하지만 루의 심리묘사가 많은 분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꽤 두꺼운 장편소설이 되었다. 루가 하는 일은 요일마다 반복되고 초반엔 이렇게 얘기할 필요가 있나 싶다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작가가 왜이렇게 집요하고 섬세하게 서술했는지 알게 된다.

작가는 독자가 우리의 시선을 버리고 루의 입장에서 보길 원한다. 처음엔 어색하다가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에 공감하고 나도 이런게 힘들었는데, 이건 부당하다고 얘기해야 하지 않나 자문하다가 주인공의 이야기에 빠지게 된다. 장애를 의학과 기술의 발달로 고치는 게 과연 좋은 걸까? 정상성에 의문을 던지는 질문을 작가는 집요하게 파고 들어간다. 그래서 우리는 주인공이 한 선택을 함부로 얘기하고 판단할 수 없다.

제목에도 나온 ‘어둠’과 ‘빛’의 대비. 질문을 받고 시작하던 루가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점, 피자 가게에서 수술을 받을지 말지 이야기하는 같은 부서의 사람들의 이야기 등. 작품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도 의미있는 작품이다.

루 애런데일의 심리를 따라가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독서는 무엇보다 가치있는 여행이 될 것이라 믿는다. 더불어 #다산북스 #요요출판사 에서 나온 자폐 스펙트럼 작가의 #스파크 와 #사이보그가되다 도 같이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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