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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솔빛책

목소리 순례

솔빛시인 2022. 1. 23. 00:18

세상에 좋은 책은 많지만 이런 책은 일년에 한 두 번 만날까 싶다.
나에겐 #다다서재 를 알려준 재작년에 읽은 #서로다른기념일 의 짝꿍책인 #목소리순례 를 읽었다. 책에 밑줄 치거나 표시하는 걸 안 좋아해서 포스트잇을 쓰지만 이것도 환경에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요즘 집에 있는 걸 소진하고 있는데 마음 같아선 모든 책장에 다 붙이고 싶었다. 한 문장을 고르기 어려울 때는 위쪽에 붙이는데 이렇게 많이 붙인 건 살면서 처음이다.

이런 책을 만나면 내가 능력이 없고 유명하지 않은 게 아쉬울 정도다. 이렇게 좋은 책은 진짜 많이 읽어야 하는데…. 모 베스트셀러가 700쇄가 넘는게 아니라 이런 책이 그만큼 팔려야 하는데. 오지랖을 부리게 된다.

청각장애인인 저자 #사이토하루미치 는 제목대로 목소리를 찾아 나선다. 도구는 카메라, 사진이다. 때로는 레슬링을 하며 몸을 부딪치고 노래를 부른 일도 있었다. 그의 순례기를 따라가며 한없이 부끄러웠다. 내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본 게 언제일까? 내 목소리를 알고는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적은? 말하는 것만이 목소리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을까?

잘 듣지 못한다고 말하지 못한다고 누가 목소리가 없다고 했을까? 나는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목소리가 얼마나 다채로운지, 작가는 한 자 한자 적어내려간 문장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난 신기한 경험을 한다. 내가 그 자리에 있지 않았지만 책에 써 내려간 문장을 따라 그 목소리가 들린다.

<서로 다른 기념일>이 저자가 아빠가 되고 아이를 키우며 새로운 목소리를 만나는 거라면 이 책은 아이의 탄생으로 끝맺는 우리 주변에 또는 각자 갖고 있는 목소리를 찾아떠나는 여정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책을 써주셔서 소개해주신 다다서재 분들에게도 감사하다. 올해의 책, 인생 책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