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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필순 콘서트 '8년이 지난 지금' (2010.11.16 / 2010.11.18) 본문

공연

장필순 콘서트 '8년이 지난 지금' (2010.11.16 / 2010.11.18)

솔빛시인 2010. 11. 27. 14:18
영화도 두 번 잘 안 보고, 같은 공연은 한 번도 다시 본 적이 없던 내가
올해 처음, 같은 공연을 두 번 봤다.

'장필순' 이란 뮤지션은 어렸을 때 라디오 들으면서
'어느새'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좋아하게 된 건 5집 테잎을 사고 나서 부터였다.

내가 어렸을 때, 파주에서 수해가 크게 세 번 났었는데,
그 중 마지막 수해 때, 문산 레코드샵에서 수해로 인해 매장을 정리한다고
세일한다는 소문을 친구에게 들었다.

그때 난, 18살 여고생이었고 친구들과 함께 매장을 찾았다.
소문을 늦게 듣고 가서 음반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테잎은 더 없었지만, CDP가 없었기에 많지 않은 테잎을 뒤지고 또 뒤졌다.

그리고 발견한 앨범이 바로 장필순 5집이었다.
그리고 그 음반은 그 후, 등하교길 내 배경음악이 돼 주었다.
마침 첫 곡이 '첫사랑'
가사도 이렇게 시작한다.
 
'아직 어두운 이른 아침 무거운 가방도 함께
콩나무 시루 버스를 타고 난 학교에 가네'

아침 자율학습 시간에 맞추려고 항상 6시 40분쯤 집을 나섰던 나.
파주는 안개가 자욱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영화도 나왔지만...)
특히 겨울이면 어둑어둑한 버스 정류장에서 이어폰을 꼽고
이 노래를 즐겨 들었다.

그리고 그 후에 구할 수 있는 음반을 구해서 듣곤 했는데
2004년 다오님 공연장에서 뵙고 사인도 받고,
2005년 광명음악 밸리축제 때 멀리서 보았지만
단독공연을 보지 못해 마음에 항상 그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이 공연 소식을 알자마자 예매했고
일 때문에 화요일 공연을 갔다가 목요일에도 일이 극적으로 일찍 끝나
같은 공연을 두 번 보게 됐다.

첫째 날은 둘째줄에서, 마지막 날은 중앙 가운데에서.
무대가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무대가 좀 높아 앞에서 보기 약간 목이 아플 정도.
첫 날에는 가슴이 쿵쾅거릴 정도로 정말 설레였다.

그리고 기타 연주와 함께, '풍선을 불어보자' 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을 때
눈물이 핑 돌았다.

제비꽃,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TV, 돼지, 벌레, 10년이 지난 지금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그대로 있어주면 돼 ..........

익숙했던 노래 뒤, 새드 무비 영화 OST의 곡들과 동익님 곡.
작년에 나왔던 CCM 음반에 들어있던 곡으로 이어졌다.

함춘호님 기타 연주와 함께 필순님이 관객이 아닌
왼쪽을 바라보고 비켜서서 노래 부르던 장면.

박용준, 함춘호, 김정렬, 신석철
앞서 나서지 않으며 든든하고 감탄할 수 밖에 없던 연주와 코러스까지.

공연 내내 울컥하다가 웃음이 나다가 감탄하다가.
한 순간도 그냥 흘러 보낼 수 없는 빛나는 공연이었다. 

필순님은 잘 지낸다고, 흙일을 하며, 기타를 칠수 있을까 싶을정도로 손 마디마디가 굵어졌지만
건강해지고 직접 심은 고추도 따서 먹는다고
밝게 웃으며 얘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와 닿았던 말.
음악을 손에서 놓지 않을거라고. 

앵콜곡은 TV,돼지,벌레의 앨범 버전.
마지막 마음을 울리는 열창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공연장을 바로 빠져 나가기가 아쉬워 맴돌다 
오랜 팬과 얘기하는 모습을 보았다. 

직접 얘기하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항상 응원할꺼라고. 
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공연장을 찾아 그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