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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치 단독 공연 '석연치 않은 시작' (2010.11.13)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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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치 단독 공연 '석연치 않은 시작' (2010.11.13)

솔빛시인 2010. 11. 14. 01:11

정치님을 처음 본 건 2004년 다오님 공연장에서였다.
항상 조용히 기타만 치시길래, 잘 몰랐는데,
다음 해 롤리팝 컴필 앨범에 보니 참여한 곡이 있었다.
아, 그럼 언젠가 음반이 나오겠다 싶었는데... 어언 5년이 흘러 발매된 그의 첫 솔로 앨범.

기대 보다 훨씬 좋았던 앨범.
올해 가장 많이 들었던 앨범 중 하나이다.
첫 곡 부터 끝 곡 까지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들었다.

그래서 쇼케이스도 가고, 이번 단독 공연까지 가게 되었다.

오랜만에 가게 된 클럽 타.
타의 명당자리인 뒷쪽 높은 의자에 앉아 공연을 보았다.

공연은 단독 공연이었지만 부제 '조정치와 친구들'이 어울릴 정도로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하러 왔고
첫 게스트는 원 펀치.
쇼케이스 때도 봤었지만 두 사람의 화음과 멜로디가 좋았다.

이어 등장한 정치님.
 첫 곡은 '너와 난'
정치님은 공연 내내 '감기가 걸렸다'는 것을 강조했지만 공연은 좋았다.
우선 노래가 좋고, 연주가 좋았으니까.

정인님도 등장하여 '마성의 여인'을 불렀다.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하지만 역시 정인님의 라이브 하는 모습 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두 분이 함께 하는 무대는 처음 보았는데, 잘 어울리는 모습.

1부 마지막 곡은 소영님과 함께. 포크 싱어.
자꾸 정치님이 자기를 낮추며 진짜 포크 싱어는 소영님이라고 하니...
소영님은 마음이 진심이면 된다고. 그러니까 정치님은 그래서 자기가 가짜라고..
이때 객석에서 웃음. 나도 빵-터졌다.

이어서 소영님 게스트 무대.
기억상실, Happy people, 그만 그 말 그만
Happy people의 '넌 미쳤어'는 같이 불러야 제맛이다!

그리고 마지막 게스트는 '나비맛'
정치님이 섹시하다고 표현한 보컬분의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2부는 조금 더 신나는 무대.
정치님의 과거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앨범 냈는지도 몰랐던 '그린 치즈'의 무대.
두 곡을 불렀는데, 귀에 쏙쏙 신나게 들리는 멜로디와 리듬이 좋았다.
역시 정치님의 기타 연주도 최고!
베이스 연주하는 분과 만담도 재밌었다.
그 분이 우리가 보컬이라 문제인 거 같다며 고별 공연도 했었는데,
정치님이 배신하고 음반을 냈냐며 '좋냐'라고 물어보는데 얼마나 웃음이 나던지....

이어서 2집에 들어갈 노래도 새로운 보컬 분이 나오셔서 같이 연주했다.
녹음 중이라고 하는데, 시원 시원한 보컬의 기타 연주가 인상적이라 새 음반도 기대가 된다.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겠다며.. 부른 곡은 '달려가'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누군가를 향해 열심히 뛰어가는 사람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드는 애절한 곡.

정치님은 앵콜에 대한 얘기를 하며, 아직 자신은 준비가 안되었다며, 나중에 앵콜을 부를 수 있을 때 하겠노라며.
미리 마지막 곡이라고 얘기했다.
 마지막 곡 '잘 지내' 와 '안부'

 '잘 지내'는 아이폰으로 영상을 담았다.
이번 앨범에서 유독 좋아하는 곡이라, 라이브로 두고 두고 듣고 싶었다.

좋은 노래를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듣고 도란 도란 이야기 나눈 기분.

하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다.
소영님도 요즘 음악만 하고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도 했고.
조용한 팬은 팬이 아니라고...
정치님은 거기에 덧붙여 돈을 지불할 줄 아는 팬이 팬이라는 얘기도 했지만...

내 주변을 봐도 (트위터 친구나 동호회 친구들을 제외하면) 음악도 잘 안 듣고 공연도 거의 안 본다.
물론 사는게 바빠지고, 여건이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같이 할 수 없어 아쉬운 건 사실이다.

나이 먹어도 노래 찾아 듣는 건 게을리 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공연장은 못 갈지라도 좋은 것 듣고 같이 나누는 건 즐겨야 한다고.
그래야 내 감성이 바래지 않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