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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너마저 2집 발매 공연 '졸업' (2010.10.31) 본문

공연

브로콜리 너마저 2집 발매 공연 '졸업' (2010.10.31)

솔빛시인 2010. 11. 2. 12:32

1. 두근두근

어렸을 때는 공부해야 하니까.(돈도 없고...)
대학 입학만 하면 모든 걸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아르바이트 한다고 공연을 가는 게 쉽지 않았다.

이제는 돈도 있고, 시간도 (이건 좀 변수지만 그래도..) 있는데.
설렘은 예전만큼 찾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오랜만에 찾아 온 이 설렘이 기분 좋다.

2. 졸업

브로콜리 너마저 2집 앨범 타이틀이자,
앨범 처음 듣고 눈물을 뚝뚝 흘렸던 곡. 졸업
공연 전 까지 1주일 남짓 들으며
1집, 데모 버전과 다른 비장한 각오마저 느껴졌다.  
앨범을 들으며 공연을 상상했다.
어떤 공연이 펼쳐질까. 어떤 무대, 어떤 조명일까.
M씨어터라고 해도 세종문화회관인데 조금 썰렁할 수도 있지 않을까.

공연 힌트 하나는 덕원님의 졸업통신.
앨범의 사운드를 충실히 재현할 거 같다는 예상.

3. 다섯시 반

브로콜리 너마저 2집 발매 공연 마지막 날 공연 시작 시간은 6시.
4시 반쯤 도착해 투썸 플레이스에서 케잌을 사고 카드 네 개를 썼다.
학교 다닐 때는 판서도 쓰던 실력이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내가 보기 부끄러울 정도의 필체.
그래도 고마운 마음을 담아 꾹꾹 눌러 썼다.
케잌을 들고 세종문화회관에 도착한 건 다섯시 반이 좀 안 된 시각.
브너당 사람들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다들 이제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모습은, 트위터 모임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증명!
몇 달 만에 만난 사람들 부터, 거의 1년 만에 만나는 사람들까지 다들 반가운 사람들.

4.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따로 예매했지만 같이 앉게 된 브너당 친구들.
왼쪽에는 귀여운 동생, 오른쪽에는 개그맨 빰치게 웃기는 친구가 앉았다.
4열 중앙이었는데, 생각보다 가까운 자리에 공연 시작 전부터 민망했다.
아, 눈을 마주치면 어떻게 해야 하지,
웃어줘야 하나.
노래는 불러도 될까.

홍대 클럽, 공연장이 아니라 큰 규모의 공연장은 처음이니, 어색하기도 했다.
멤버들도 참 떨리겠다는 생각 잠깐...  

6시가 조금 넘어, 어두운 무대에 멤버들이 한 명씩 나오면서 공연이 시작 되었다.
첫 곡은 열두시 반.
항상 밤 늦게 이 곡을 들어서 공연이 시작하면서 시간을 훌쩍 넘어 퇴근 길에 버스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따뜻한 파란색 니트의 덕원님. 조명에 빛이나던 금색 상의를 입고 키보드와 피아노를 연주하던 잔디님. 멜빵 청바지에 쇼커트가 잘 어울렸던 향기님. 기타 위치에 가려 얼굴은 잘 볼 수 없었지만 항상 귀여운 류지님.

공연 초반에는 '졸업' 앨범 트랙 순서대로'커뮤니케이션의  이해'까지 연주했다. 기대해도 좋았던 그래서 연주가 시작하자마자 탄성이 나왔던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앨범 보다 더 강렬했던 '변두리 소년, 소녀'
그리고 덕원님은 이번 앨범을 소개하며, 2집 앨범 발매 공연이지만 2집 앨범 곡들로만으로는 이번 공연을 채울 수가 없으니 준비했다며...
지난 이틀동안 미리 얘기하지 않아 난감했다면 우리의 호응을 부탁했다.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박수를 치고 환호를 했다.
다들 같은 마음이었을까. 클럽보다는 넓고 편한 의자에서 앉아서 보는 공연에 혹시나 보는 사람들이 방해될까봐 소리도 못 지르고 박수도 크게 못치던 마음들이 모여...  이어진 곡은 '춤'

5. 울지마

지금까지 들었던 곡 중 가장 신났던 라이브 버전이었다.
그리고 '청춘열차' 예의 그 내레이션이 나오기 전부터 높았던 함성.
역시나 덕원님은 정면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약간 고개를 숙인채..
하지만 분명한 말투로 우리에게 물어봤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난 어디쯤 와 있는가 생각해 보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청춘 열차는 가속도가 붙어 저 멀리
기적 소리 내며 사라지는 거 같아 슬프기도 했다.

'봄이 오면'에 이어 ' 그 모든 진짜 같던 거짓말'로 이어졌다.
예상 못한 선곡. 그리고 가슴을 울리는 멜로디와 비트.
이 노래가 나올 때 처음으로 눈물이 고여 코끝이 찡했다.

그리고 이어진 곡은 울지마...
아. 이건 너무 하잖아. 선곡이 이렇게 이어지다니...
꼭 친구가 내게 말을 걸 듯 위로하는 노래에 흑-  울어버릴 뻔 했다.

이어진 류지님 영상.
어쿠스틱 무대를 위해 류지님이 중앙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았다.  
류지님은 영상이 나오는 동안 쑥쓰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객석을 봤다..하고.
사람들을 웃고.
영상은 공연을 찾아준 사람들에게 전하는 말이었는데.
쑥쓰러운 웃음과 어떡해~~ 가 거의 영상 내용의 반이었다.

어쿠스틱 버전은 앨범 녹음 전의 느낌으로
날 것의 브로콜리 너마저를 보여드리기 위해 준비했다며,
첫 곡은 '말'
조용 조용 나즈막히 노래를 부르는 류지님과 덕원님 목소리의 조화.
그리고 이어진 곡은 '속좁은 여학생'
덕원님이 노래를 부르고 싶었던 곡이라며, 제목과 아이러니하게 어울릴 거 같기도 해서 욕심을 냈다며.. 그래서 오늘 버전은 여기서 부르는 처음 부르는 곡이니....
거의 멘트 내용은 '여러분 오늘 정말 잘 오신거에요' 라고 할까.
처음 시작할 때 웃음이 터졌지만 조심 조심,
드디어 자신의 꿈을 이룬 덕원님.  

그리고 이어진 곡은 '마음의 문제' 와 '이젠 안녕'

'마음의 문제'에서 악기들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공연의 또 다른 재미.
따라 불러도 기분 좋고 들으면 마음이 쓸쓸해지고..
이어서  첼로가 등장하고 덕원님은 첼로와, 기타 세션들을 소개했다.
함께 연습하느라 고생했다며, 그 연습 끝에 나온 노래는 바로 '할머니'
사실 처음엔 웃음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잊혀지나요'

솔직하고도 애잔한 가사에 눈물이 왈칵.
돌아가신 외할머니, 삼촌 생각에 눈물이 왈칵.

노래라기 보다 연주곡이라는 '환절기'에 이어
내 마음을 위로하는 듯한 선곡 '유자차'
노란색 달달한 조명이 노래와 참 잘 어울렸다.

결국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마지막 곡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잔디님과 향기님의 2009년의 우리들 후렴구가 끝난 뒤,
순간 까매진 조명.
그리고 마지막 곡 '졸업'이 시작했다.

눈에 가득 눈물이 고이고...
난 '미친 세상에'를 부르며 오늘 같이한 사람들이 행복하길.
빌었다.

6. 잔인한 사월(이 아닌, 시월)

그리고 앵콜.
덕원님이 앵콜곡을 뭐 듣고 싶냐고 관객에게 물어봤다.
많은 곡들이 나왔다. 그 중에 한 곡을 하는 줄 알았는데...
항상 공연할 때는 의견을 반영하자는 얘기를 하는데, 꼭 준비하다보면 잊어버린다고. 다음엔 반영하겠노라고 말을 하며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로 이어졌다.
'내일은 출근해야 하고 '이 부분에 정말 내일 출근 생각이 나며 잠깐 우울하기도.
.
노래가 끝난 뒤,, 덕원님은 사실 이 곡이 나오길 기대했었다며..
(사실 알고 있었어요. 이 곡만 빼놨으니 당연히 나올 거라고..ㅎㅎ)
불렀던 곡은 '다섯시 반'

'울지 말고 잠이 들면 아침 해가 날아들거야'

공연이 끝나가는 아쉬움을 달래주는 듯. 자장가처럼 나를 어르는 노래.

하지만 그래도 아쉬웠던 마음은 다들 같았는지...
앵콜이 다시 이어졌고.
'보편적인 노래'로 이어졌다.
어떤 노래를 빼놓을 수 없겠지만 사실 이 노래는 당연히 있을 거라 기대했기에 아쉬웠는데...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잔디님의 보컬 대신 첼로와 피아노 인상 깊은 협주로 이어졌고.
우리는 한 마음으로 따라 불렀다.

그래도... 밤을 새도 그 아쉬움을 덜 수는 없었겠지만 인사하고 피크도 던지고 간 그들을 다시 불러 세운 사람들.

모두 당황한 모습으로 나와 정말 준비한 게 없다며...
그리고 그렇게 이어진 곡은 '잔인한 사월'
이 곡을 정말 듣게 되는 구나.
싶었다.

내가 처음 보게 된 브로콜리 너마저의 공연은 작년 '잔인한 사월' 빵 공연이었다.
연주를 시작하면서 눈물이 고였던 향기님과 멤버들을 보며 나도 눈물이...
이 곡을 들을 수 있어 감사하면서도 슬픈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7. 보편적인 노래

멤버들은 여러 번 인사를 하고 우리도 같이 손을 흔들며 공연이 끝났다.
하지만 내 욕심은 끝나지 않았으니...
케잌도 카드도 직접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멤버들을 기다렸다.
정리해야 할 것도 많을텐데... 바쁠텐데.. 하는 마음을
사인을 받고 싶은 마음이 눌러... 버렸다.
류지님께 케잌을 전해드리고 득음하셨다고 덕원님께 한 마디 건네고.
카리스마 향기님 사인에 이어 마지막에 잔디님 사인을 받았다.
그리고 그 사인이 그날 팬들에게 하는 정말 마지막 사인이 되버려서 다행이다~를 부른 마음 한 켠에 정말 너무 붙잡았다 싶어 미안한 마음도.

열여섯. 음악을 본격적으로 좋아하기 시작할 때.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나도 이런 노래 만들고 싶어.
아니, 나도 내 노래를 만들 수 있을까.

하지만 꿈꾸던 그 시절을 어느새 잊고 어른이 되기엔 한참 모자른 우리들.
그래서 그들이 좋았다.
꼭 내 노래를 듣는 거 같아서.
내가 알던 친구들이 멋진 무대에서 공연한 모습을 본 기분이라서 뿌듯했다.
모두에게는 아닐지라도 우리에겐 보편적인 그들의 노래가.
더 울려 퍼지길.
다음엔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할 수 있길.
그때쯤이면 사인을 못 받아도 마냥 행복하게 그들을 볼 수 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