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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dongrr YULE 공연 후기 - 1부 (2011.12.25 -26)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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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dongrr YULE 공연 후기 - 1부 (2011.12.25 -26)

솔빛시인 2011. 12. 29. 18:12

1. 두 번의 공연

처음이었다. 률의 같은 공연을 두 번 본 것은.
초대, 프롤로그(성남), 에필로그, 카니발, 프롤로그3, 베란다 프로젝트...
2004년 공연 부터 매번 갔지만 모두 막공만 한 번 씩 갔었다.
10월 깜짝 앨범과 공연 일정 발표. 막공은 월요일.
내일 일정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을 하기에 월요일에 공연을 가는걸 한두 달 전에 알기란 어려운 일.
아쉽지만 일요일 공연을 예매하고
(난 실패하고;; 동생이 좋은 자리를 예매해줬다.)
공연 가는 날에도 막공의 아쉬움을 토로하던 나는..
결국 지금까지 봤던 공연 중 최악의 컨디션을 노래하던 률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과 찜찜함 때문에, 집에 와서도 아쉽다고 얘기를 했다.
같이 갔던 오빠도 그럼 다녀 오라고 이야기 할 정도였다.
막공 당일 양도표를 찾기 시작했다.
이미 일은 뒷전이 된지 오래.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하던가.
동닷민 한 분이 지인이 갑자기 못가게 되었다는 연락을 주셨고,
극적으로 막공을 가게 됐다.
이틀 연속 얼굴이 얼어붙는 날씨에 평화의 전당 언덕을 올라가며,
미쳤다, 미쳤어를 되뇌였지만...
공연을 다 보고 못 봤으면 정말 후회했을 뻔 했다고. 생각했다.

공연이 끝나니, 후기를 쓰는게 문제였다.
따로 쓰기엔 기억이 확실한지 자신할 수 없었기에,
결국 같이 쓰기로 결심 한지... 이틀 째, 드디어 후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2. 13년만의 크리스마스 공연

1998년. 그때 난 고1. 여고생이었다.
률 1집 포스터를 방문에 고이 붙이고,
(턱에 손을 괴고..응시하는.. 조세현 작가의 작품)
난 김동률과 결혼할테야. 라는 꿈을 꾸던 아이.
하지만 그때 난 PC통신과 친하지 않았고,
률이 공연 한다는 걸 매우 늦게 알았다.
삐삐도 휴대폰도 없어서 쉬는 시간마다 학교 공중전화에 매달리기를 반나절.
점심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연결된 은행에서 (그때는 은행에서 표를 샀다..;)
입석표라도 구하려면 오늘 4시 30분까지 은행에 와야 한다는 말에,
수업 시간에 도망칠 용기도 돈도 없던 파주 시골 소녀는 그렇게 공연을 포기하고 울었다...

그리고 다시 맞은 크리스마스 공연.
11월 결혼하고 처음 맞은 크리스마스였다.
오빠는 잠시 티켓값에 놀랐으나, 결혼 하고 첫 크리스마스니까.
라며 마음을 굳혔고,
난 언니네 이발관, 이적, 브로콜리 너마저, 정재형, 루시드 폴 공연을 포기했다..
(정말 큰 결심이었다...)

11월에 나온 Yule 앨범은 오랜 팬이었던 나도 참 마음에 드는 앨범이었다.
처음 들었을 때는 겨울잠이 가장 좋았고, 지금도 좋아하지만
타이틀 곡인 'Replay'는 점점 좋아져, 매일 한 번 이상은 듣게 됐다.
사실, 난 김동률의 B면 트랙을 좋아한다.
그래서 타이틀곡이 마음에 안 든 적이 많았다.
심지어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도 왜 인기가 있을까 궁금해 할 정도였다.
하지만 'Replay'는 달랐다.
오랜 시간 꾹 눌러왔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노래에 내 가슴이 '와르르' 무너질 정도였으니까.
크리스마스 공연이라는 것도 좋았지만 신곡을 싶은 마음이 더 컷다.

4. 1층과 2층 사이에서


공연장 가는 길은 험난했지만, 안에 사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좋았다.
매일 바뀌던 크리스마스와 률을 잘 매치해서 그린 그림과
재미있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던 화환들.
그리고 포스터 이미지를 긴 벽으로 해놔서 3,4 명씩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25일은 C열 6번째 줄 중앙, 26일은 2층 C열 세번 째 줄 중앙.
이틀 다 정말 좋은 자리에서 공연을 즐겼다.
25일은 표정을 볼 수 있고,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26일 2층이 무대를 전체적으로 보고 느끼기에는 더 좋았다.
다만, 2층 관객들의 관람 태도가 어수선하고,
늦게까지 자리 찾는 사람들이 있어 아쉬웠다.
1층이나, 2층이나 영상을 찍거나 녹음을 하는 사람들이 몇명 눈에 띄었다.

솔직히 나도 유혹은 있었지만, 녹음하지 않았다.
녹음하면 그거에 신경 쓰느라 공연에 집중 못할 거라는 것을 알았고,
비싼 돈 내고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공연 끝나고 나서도 그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5일에 커플들이 많았다.
률도 얘기했지만, 24일에는 성비가 1:1,
25일부터 여자가 점점 많아졌다고.
26일에는 오신 솔로분들을 환영한다고 얘기했을 정도.
그래도 내 주변에 앉아 있던 분들은 노래도 다 알고 정말 공연을 보러 오셨구나 하는 분들이 많아서 공연 볼 때도 기분도 좋고 몰입도 잘 됐다.
률도 25일에는 커플 관객들을 신경써서 멘트를,
26일에는 솔로분들을 위해 멘트가 달라지기도 했다.
아무래도 막공이 더 편해보인다는 생각은 들었다.
음향도 2층이 더 좋았던 거 같고,
조명은 물론 2층! 빛의 향연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5. 7년 만의 경희대 평화의 전당

7년만에 다시 찾은 경희대 평화의 전당.
성남아트센터나 LG아트센터 만큼은 아니지만, 객석 의자나 무대, 음향이 괜찮은 편이었다.
초대 공연 때는 군대에서 휴가 나온 오빠와 내가 처음 보는 률 공연이라
사실, 정신이 없었고, 가슴이 너무 벅차 후기도 제대로 쓸 수 없었다.
DVD가 있어 공연은 기억나지만, 공연 전후는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
그 날이 2004년 8월 15일이고, 전 날 언니네 이발관 공연을 봤으며,
(률이 아게하님도 그랬다고 댓글 달았던 기억...
파리의 연인 마지막회를 하는 날이었다.ㅎㅎ)
그때는 이 곳에서 다시 률이 공연을 하게 될 줄 몰랐는데...

률도 얘기했다. 7년만이라고.
그때는 풀 오케스트라로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다들 말렸고.
어떻게 감당하겠냐고 얘기했었다고.
하지만 죽기전에 한 번 꼭 해보고 싶었던 거였고
그 후로도 이렇게 계속 그런 편성으로 공연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이게 다 티켓을 빨리 매진 시켜준 여러분 덕분이라고...

시간이 참 빠르다.
내 나이가 벌써 그때 공연을 했던 률의 나이가 됐으니 말이다.

6. 크리스마스잖아요.

공연 시작 전, 무대에는 짙은 빨강천이 드리워져 있었다.
양쪽으로 열리며 첫 곡이 시작됐다.
김건님이 편곡하신 연주곡.
어떻게 시작할까 궁금했는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스윙재즈 스타일의 연주곡이었다.
내가 딱 듣고 알만한 곡은 아니라 캐롤인지, 팝송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오른쪽에서 률 등장.
기억으로는 25일에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26일에는 '크리스마스잖아요'를
첫 곡으로 불렀던 거 같다.
무대 가운데 동그랗고 하얀 크리스마스 카드 분위기의 무대 장치가 돌아가고,
하얀 눈이 내렸다.
작은 종이조각인 줄 알았는데, 어깨와 머리에 사뿐히 내려앉은 종이를 보니
눈 모양이라 더 감동이었다.
두 곡에 이어 It's most wonderful time of the year까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이어졌다.
귀에 익숙하다 싶었는데.. 바로 카니발 공연 때 불렀던 캐롤!
그때는 춤 연습도 하셔서 여러 가지 춤도 선보였는데...
그때 생각이 나기도 하고, 이번 공연에서는 오케스트라,
브라스 밴드와 어울어진 흥겨운 분위기.

률의 첫 인사.
돈 걱정 없게 빨리 매진시켜주서 고맙다는 얘기와
25일에는 13년만의 크리스마스 공연이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곡을 준비했다는 이야기.
26일에는 솔로들을 위해 크리스마스가 지났지만 크리스마스를
즐겨보자는 이야기로 노래를 이어나갔다.

사실 크리스마스 공연이기에 무대 장치도 있고, 노래도 더 흥겨울 줄 알았다.
오히려 카니발 공연이 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났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때는 경기장 규모의 버라이어티한 공연이긴 했지만.

7. 김동률이니까요.

노래 한 곡 끝날 때마다 물을 마시면 나오던 팬들의 환호성.
그때 24일 공연 이야기를 했다. 참 조용했던 공연이었다며...
자기도 물 마실 때 왜 환호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있던 게 없으니 허전했다며...
사랑한다는 말 부를 때 양쪽으로 다가가면, 커플들이 환호성도 안나와 민망해서 가다가 돌아섰다고.
내가 이제 팬들도 변하고 이렇게 되는 걸까 싶어 잠을 못 이뤘다며,
그래서 목 상태가 안 좋다고.
사실 25일 공연은 첫 곡 부터 마지막곡까지 음정이 내내 불안하고,
어려운 곡은 음이 올라가지 않기도 했다.
가사가 틀리기도 하고. 그래서 나도 내내 불안한 마음에 주먹을 움켜쥐고,
노래 부를 때 같이 긴장하기도 했다.

25일엔 양해를 구했지만 오늘은 안 그래도 되겠다며 이어진 슬픈 곡들.

걱정
한 겨울밤의 꿈.

프롤로그 공연 때 가장 좋았던 곡 중의 하나였던 '걱정'
한층 더 깊고 두터워진 현악기와 함께 어울려,
다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한 여름밤의 꿈'을 다시 리메이크한 한겨울밤의 꿈은

2집에서 참 좋아하는 곡이고, 오빠가 나에게 전화로 처음 불러준 곡이기에 의미도 있는 곡.

이 노래는 다 알만한 노래라며, 지금까지는 몰랐던 노래라도.
커플들에게는 사랑을 고백할 시간을, 무대에 부르는 건
자신이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알아서 하라고 얘기하며.. 또는 만날 연인을 생각하며 들어달라고.


아이처럼
사랑한다는 말

이 이어졌다.

'아이처럼'은 이번 공연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편곡이었다.
이 노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1人이라, 기타로 담백하게 편곡한 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25,26일 가사가 불안 불안 틀리기도 했지만, 그냥 여유있게 넘어가고 될 것을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랑한다는 말' 은 들을 때마다 느끼지만 참 감미롭고 따뜻하다.
률의 노래 중 가사와 멜로디가 딱 맞는 노래 중 하나.

노래를 다 부르고 나서 25일 공연 까지는 여기까지도 노래 모르는 사람이 있더라며, 살짝 자신이 삐졌음을 얘기..^^
25일에는 노래가 마음대로 잘 되지 않자 어제는 이것보다는 좀 더 잘불렀다며 아쉬움을 얘기하기도..
그때, 팬들의 야유가 나와 또 살짝 (살짝이 아닌가.;) 삐진 듯 보이기도 했다.

8. 나, 무서운 선배 아니야.

드디어 첫 게스트.
박새별씨가 등장했다.

'기적'

25일에는 파란 원피스, 26일에는 검은색.
안테나뮤직 공연 때 검은 정장보다는 100배 예뻤지만,
생각보다 목소리가 잘 안 나와 안타까웠다.

그래도 안테나 뮤직에서는 최고 보컬인데...
막공 날에는 좀 더 나아졌으나, 현악기와는 안 어울리는 목소리인지,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지 않아서인지 아쉬움이 남았다.

얘기하는 내내,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률은 자신이 무섭다고 얘기 안하지만, 뒷걸음치거나 말끝을 흐리는 새별씨를 보면, 아직은 편하지 않은 듯.
률은 24일 보다는 안 떠는 거 같다고 얘기했고.
이렇게 큰 무대는 처음이라는 얘기를 했다.

녹음 때 이야기도 재밌었는데,
률이 처음엔 '새로운 시작'을 혼자 불렀는데 아니다 싶어 여자 보컬이 좋겠다는 의견을 받고
새별씨에게 부탁했다고.
흔쾌히 오케이해서 노래를 불렀는데...
새별씨는 예전에 자기가 아는 분들은 한 두번 부르고 끝났는데..
라며 말끝을 흐리고.
률은 그게 잘 불러서 그런거라며.^^
새별씨는 대단하다고 느꼈고, (아마도 여러번 다시 부르고 했나보다..^^;)
률은 미안하지만 믹싱 해보고 얘기해줘도 되겠냐고 했다고.
하지만 앨범 나올 때까지 얘기를 못 해줘서 앨범 나오고 나서야,
자신의 목소리가 실린 줄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률은 크리스마스 연휴에 공연 게스트가 어려운데 들어줘서 고맙다고.
새별씨는 전화로 매우 어렵게 부탁했지만 정말 고마웠고,
3일 내내 뭐할까 걱정했다고..
관객을 보며 여기 공연 보러 오신 분들이 부럽다고.

26일 공연에서는 안테나 뮤직 사장님이 공연 게스트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뿌듯해 했다며.
요즘 안테나 뮤직의 최고 가수는 정재형이나,
시스루를 입어야 노래를 잘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가 나왔다며.
률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마도 자신을 조무래기라고 한 발언 때문?!)
새별씨가 안테나뮤직 최고 보컬이라며 추켜세움..^^

막공에서 갑자기 MC 모드로 률이 계획을 물어보기도 했다.
전 날 계획을 못 물어봐서 챙겨서 물어봤던 것.
2집 준비중이라고 했다.
률은 작사, 작곡 편곡도 하는 실력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며 기대하겠다고.
얘기했다.
나도 EP, 1집을 다 사서 챙겨 들었기 때문에 이번 공연은 아쉬웠지만
자신의 공연에서는 더 좋은 모습 보여줄테니, 2집이 기대된다.

1부가 끝난다는 사실에 아쉬워 하는 관객들. 하지만 2부가 더 길다는 말에 안도를 하면서도 잡을 수 없는 시간은 아쉬웠다.

1부 마지막 곡 '새로운 시작'

이번 앨범에서 참 좋아하는 곡이다.
타이틀 곡이라고 생각했었다는데 공감되고, 최근에 작곡한 곡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앨범도 기대되는 노래.
웅장하게 마무리 되는 노래는 1부 마지막에 딱 어울리는 선곡이었고,
25일에 비해 막공날에는 그래도 후배를 수고했다고 안아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